The Loudest Silence Ziping Wang

페레스프로젝트는 왕쯔핑(1995년 중국 선양)의 개인전, 《커다란 침묵(The Loudest Silence)》을 개최하며, 이번 전시는 그녀가 페레스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혼돈의 이면에는 고요가 깔려있다. 과포화 상태의 현대 일상에 묻혀 희미한 목소리들만 들린다. 왕쯔핑은 그 목소리들을 《커다란 침묵》에서 이끌어냈다. 그녀는 일상의 사물과 자연의 형태를 수수께끼같이 묘사하는 작가 특유의 맥시멀리스트(maximalist) 미학과 함께, 빽빽하게 채워진 캔버스 일부를 벗겨내어 예상치 못한 정적의 찰나를 허용한다

왕쯔핑은 고전 예술, 상품 포장 및 인터넷 포럼에서 보편적인 상징들을 추출하여,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현대 기술 환경을 반영한 이미지를 창조한다. 소 만화 캐릭터들과 픽셀화된 닭다리가 일본 족자 작품 속 인물들과 함께 부유하며,  블라인드 뒤로 신비롭게 사라진다. 편집 소프트웨어를 연상시키는 격자무늬가 캔버스 위를 가로지른다. 왕쯔핑의 작품은 이러한 보편적인 상징주의 문화의 표식들로 넘쳐나며, 관람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독특한 시각적 언어를 구축한다. 또한, 암호와 인터넷 용어에서 영감을 얻어, 그녀는 이러한 집단적 상징들을 숨기고 수정한다. 그 결과, 정보 과잉이라는 독특한 현대적 감각을 전달하는 복잡하고 연상적인 암호학이 완성되었다. 

《커다란 침묵》은 슬그머니 이 세계로 들어온다. 왕쯔핑의 강렬하고 그래픽적 시각 영역 안에 일상적인 초현실주의의 단조로운 순간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신작 곳곳에 흩어져 있는 것들은, 마치 우리 가방과 서랍 속 물건들을 암시하는 특이한 조합이나 정체가 모호한 나뭇잎과 가정용품들이 뒤엉킨 모습을 연상시키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그녀의 시각적 세계가 이 고요한 영역으로 확장됨에 따라 암호학도 발전한다. 이번 신작의 핵심은 ‘역설’이다. 이 부드러운 요소들을 포함함으로써, 작가는 자신의 회화에 새로운 공간과 조화를 가져온다. 그러나 관람객들이 작품에 다가갈수록, 그들은 화면 속 부분들이 해석하기 어려운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초현실주의 세계는 관심 경제의 밖에 있지만, 관람자들의 시선을 확실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이 시각적 세계가 모인 왕쯔핑의 작품은 관람자에게 감동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관심의 본질에 대한 논평이다. 밝은 주황색 캔 음료가 귀여운 꽃무늬들 사이로 엿보이고, 외눈박이 문어가 묘사된 푸른색과 회색의 단색 사각형이 한 쌍으로 쌓여 있는  공간에 존재한다. 우측에서 붉은 체리의 가장자리가  살짝 보인다. 아이러니한 환영 문구가 화면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접점을 찾아볼 수 없는 다채로운 우주에서, 왕쯔핑은 관람자가 어디를 바라보고, 무엇을 환영하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근거 없는 흥미로운 화면은 서사와 관점 같은 여러 겹의 방향성을 지양함으로써 유지된다. 식별 가능한 문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왕쯔핑의 회화는 가상 체험을 모방한 평면성을 구현한다. 그림자와 소실점은 제거되었고, 단일 관찰자의 가능성도 함께 사라진다.  

이것은 공통점이다. 위계나 초점이 없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세계이다. 그 세계에서 이미지는 인터넷 또는 슈퍼마켓의 매대에서 왕쯔핑이 색과 형태에 따라 선정했다. 그녀는 이 모든 재료들을 사용해, 매력적인 조합을 콜라주한 뒤 직접 손으로 최종 작품을 그린다. 이러한 작업 방식과 그녀의 화면 구성 능력은 구심점 없이도 시각적으로 놀라운 작품들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든다. 관람객은 작품에 매료되면서도 혼란스러워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왕쯔핑은 갤러리 공간에 흥미롭고 친근한 경험을 가져온다. 이는 우리가 주머니에 감춰두거나 손에 쥐고 있는 것이다. 

왕쯔핑 작업의 핵심은 바로 이 경험 그 자체로, 작품과 마주한 느낌과 그 혼돈 속에서도 의미를 해석하려는 시도이다. 《커다란 침묵》은 이 경험의 발전을 보여준다. 작품은 관람객의 주의를 끌기 위해 춤을 추듯 작동한다. 왕쯔핑이 이 고요한 요소들을 가져옴으로써,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의 가치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관심 경제의 생생한 이미지로 관람객을 끌어당기면서도 신비로운 시각적 언어로 사람들의 관심을 붙잡아 두는 왕쯔핑은 현대 사회의 복잡성과 사회에서 커다란 소리를 내는 것들에만 공간을 내어 줌으로써 우리가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지적한다.

왕쯔핑은 2017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을 졸업한 후 2020년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미술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최근  파리 갤러리 마구오(Galerie Marguo, 2022), 영국 유닛 런던(Unit London, 2021), 중국 선양 젯소아일랜드 아트스페이스(Gessoisland/Artspace, 2019)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외에도 프랑스 디종 콘솔티움 미술관(Le Consortium, 2022), 페레스프로젝트 베를린(2021), 중국 상하이 민생 현대미술관(Shanghai Minsheng Art Museum, 2017) 등에서 개최한 여러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또한, 그녀의 작품은 미국 마이애미 현대미술관(ICA Miami)과 베이징 주종 미술관(Zhuzhong Art Museum), 베이징 X 미술관(X Museum), 디종 콘솔티움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