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 Group Show
페레스프로젝트는 어슘 비비드 아스트로 포커스(Assume Vivid Astro Focus), 댄 아토(Dan Attoe), 테렌스 코(Terence Koh), 아가테 스노우(Agathe Snow), 마크 티치너(Mark Titchner)의 단체전 ≪릿(Lit)≫을 선보인다.
베를린의 추운 겨울 한가운데, 사실상 낮과 밤이 뒤바뀌고, 다마스커스로 향하는 길은 프로이센을 비껴가고, 시베리아로 향하는 길은 베를린을 관통한다. 더러움이 밝혀지고, 고결한 낮의 맑음이 모독당하며, 바흐친(Bakhtin) 팬들의 도서관의 먼지 쌓인 책장에서 가르강튀아(Gargantua)와 팡타그뤼엘(Pantagruel)이 등장하여 나태한 대중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카니발적인 면모를 조롱한다. 그렇다, 북극이 더 춥고 어두운 것은 사실이나, 그곳에선 베를린 특유의 칙칙하고 안개가 자욱한 회색빛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도시가 동면하거나, 거품이 일고 음탕하며, 속도감 넘치는 사이보그 테크노 바와 클럽으로 가득 찬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경세포의 죽음은 계절성 정서 장애의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빛을 받지 못한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최대 22% 더 오래 산다고 한다. 연인 티토누스(Tithonus)를 위해 제우스에게 영생을 빌었지만, 영원한 젊음을 요구하는 것을 잊은 에오스(Eos)처럼, 우리도 겨울의 어둠 속에서 오랜 세월을 살면서 뇌가 서서히 쇠약해지는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일까? 황혼의 뼈만 남은 손가락이 새벽으로 점점 다가가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의 품위를 쥐어짜는 순간, 적어도 우리는 인공 네온 불빛이 주는 약간의 진정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네온 불빛에는 현대 광고의 복잡성과 똑똑해진 소비자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묘한 실패, ‘걸스 걸스 걸스(Girls Girls Girls)’, ‘핫 도넛(Hot Donuts)’, ‘오픈(Open)’ 같은 단순하고 모호한 선언을 하는 대담함 등 순수하고 순진한, 미국적인 무언가가 있다. '릿'은 네온 불빛의 즐거운 불면증, 짜증나지만 유혹적인 윙윙거림, 그리고 진기하고 단순하며 영원한 젊음의 빛에 대한 거짓 약속에 경의를 표하며, 너무도 솔직하게 스트립 클럽, 싸구려 모텔, 식품 잡화점, 카지노, 왁싱 가게와 서커스 내부에 천지가 개벽한 세상을 광고한다. 컬트에 준하는 계시로 넘쳐난다. 마크 티치너의 무명 병사의 무덤처럼 초를 태우는 제단에는 ‘고원 오로라 보레알리스(Plateau Aurora Borealis)’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고, 테렌스 코의 <빅 화이트 콕(Big White Cock)>에서는 가장 외설적인 주제가 순백의 광선과 만나며, 아가테 스노우의 소리 및 조명 설치 작품은 ‘몰라 나는 들었어… 에스키모 음부는 엄청나게 차갑다고’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한다. 댄 아토의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알몸의 병아리를 네온으로 표현한 2007년 작품 <과거 시절(A Simpler Time)>은 (작품 속 두 개의 말풍선인) '우리가 되고 싶은 것(What we want to be)'과 '우리가 되는 척하는 것(What we pretend to be)' 사이의 간극을 협상하는 데 쉬운 해결책, ‘취한 채로 맘껏 해보기(Get ripped 'n' Let 'er have it)’를 제안한다. 이 중 가장 간결한 작품은 아마도 어슘 비비드 아스트로 포커스의 작품 아이스 티(Ice T) 여자친구인 코코(Coco)의 위아래로 크고 가운데가 홀쭉한 네온과 컬러 거울 추상 초상화일 것이다. 실제 코코와 달리 네온 조각은 상상에 맡겨야 할 부분이 많고, 시의 운율처럼 폭발의 지연으로 뾰족하게 쭉 뻗어있어 <코코 코코, 브즈 브즈 브즈(Coco Coco, Bzzz bzzz bzz)>라는 제목이 적절하게 어울린다.
≪릿≫은 페레스프로젝트(주소: Schlesische Strasse 26, Berlin)에서 2010년 1월 23일까지 진행된다.
운영 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그 외의 시간은 예약 후 방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