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ss on a Busy Street Bayrol Jiménez

Press release

페레스프로젝트는 베이롤 히메네즈(Bayrol Jiménez, 1984년생, 멕시코)와 함께하는 세 번째 개인전이자, 아시아 첫 전시인 ≪Grass on a Busy Street≫을 개최한다.

 

히메네즈는 유화와 아크릴을 기반으로 작업하며 추상과 구상의 표현을 넘나드는 생동감 넘치는 구도와 함께 화면을 구성하는 색채 및 세부적인 요소들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그의 붓놀림은 투명감이 있는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을 혼재시키는 것으로 작품의 전경과 배경을 한데 뒤섞는다. 그는 속도감 있는 스케치로, 즉흥적으로 변화 및 발전시키는 직관적인 작업을 이어 나간다. 이번 전시는 히메네즈가 페레스프로젝트에서 선보였던 지난 전시의 연장선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멕시코 신화와 기원의 주제 및 서사에 대한 탐구를 한 층 더 확장한다. 그가 신앙과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주는 작품 속 패턴들은 인류가 공통으로 갖는 가치와 추구하는 바에 대한 반영이자, 이번 전시로 히메네즈가 던지고자 하는 핵심 질문이다.

 

그간 지속해 왔던 연구에서 도출된 이번 전시는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의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원제: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1949)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으며, 이에 ‘The Hero of the Thousand Helmets’(2022)라 이름 붙여진 작품 또한 선보인다. 작가의 작품 속 영웅적 모습은 신화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전사 또는 모험가들이 주로 남성으로 묘사되고 있는 점을 꼬집고 무너뜨린다. 그렇기에 화면에는 인간, 식물, 그리고 동물과도 같지만 전혀 다른, 모호한 합성 생명체들만이 존재한다. 이들은 이상하게 뻗은 팔다리를 지니거나 뼈에서 수술이 자라나 꽃을 피워내는 등의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밝고 경쾌한 색채는 작품에 즐거움을 더하는데, 이는 작가의 만화적 세계관 구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가 창조해 내는 알 수 없는 생명체들은 ‘The Spirit of the Corn Seeds’(2022) 속 등장하는 생명을 불어넣는 수확의 신과 같은 수호신으로 묘사된다.

 

신화가 문명이 미지의 그 어떤 곳, 창조와 죽음의 이상향으로의 길라잡이라면, 히메네즈는 이러한 신화적 상징들에 자신만의 어휘를 조합해 낸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예술가로서 외치는 세상에 대한 좌절의 표현이기도 하며, 그가 수없이 목도해 온 세상의 폭력과 혼돈은 이윽고 무뎌진다. 그렇기에 작품 속 세계관 형성은 그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본래 “발길이 끊임 없는 길에는 풀이 자라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차용했었으나, 작가는 여전히 도시의 거리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자라나는 야생 식물들을 보며 이와 같이 전시 제목을 수정했다. 히메네즈가 그의 작업에서 추구하는 고대의 지식들은 영양분이 부족하고 척박한 도시 속 작은 틈 사이사이로 치열하게, 그리고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이러한 식물들의 이미지를 통해 화면에 실현된다.

 

히메네즈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파라모(Páramo)에서의 ≪Después de la fermentación sólo queda el pozo≫, 독일 함부르크의 14a에서 ≪Sombras de los valles≫, 독일 라히프치히의 뒤캉 갤러리(Dukan Gallery)에서 ≪Des grands yeux morts≫ 등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으로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폰드리 달링(Foundry Darling)에서 열린 ≪dessins tissés de repentirs≫를 포함하여, 멕시코시티의 카릴로 힐 미술관(Museo de Arte Carrillo Gil)에서 열린 ≪Modos de ver≫, 서울의 난지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1회 국제 레지던시>,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Sakahan≫, 그리고 프랑스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Resisting the Present≫가 있다.

Installation Sho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