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ight Has a Thousand Eyes Cece Philips
페레스프로젝트는 씨씨 필립스(Cece Philips, 1996년생, 영국)와 함께하는 첫번째 개인전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를 베를린 공간에서 개최한다.
필립스는 이야기꾼이다.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에서는 어둠이 드리워진 밤, 궁금한 일들로 가득한 국제도시의 모습들을 담은 작품을 이야기한다. 화면 속 어딘지 모를 도회적인 공간은 성 역할과 인종의 다이내믹함을 재구성한다. 사무실 겸용 자택에서 앉아 몸을 기대고 술을 마시는 도시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숨겨진 감정의 세계의 깊이를 헤아려 본다. 필립스가 푸르고 어슴푸레한 빛으로 물든 대도시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는 집으로부터 불편할 정도로 가까운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에서 필립스는 그녀의 서사를 더욱 쌓아 올리기 위해 극작가 루시 맥길곰(Lucy Mcllgorm)과 협업했다. 그 결과, 언어와 시각예술의 교차점을 가로지르는 흥미로운 전시가 완성되었다. 작가의 매혹적인 현대사회의 장면들을 조명하는 텍스트들은 전시에 포함된 책자에도 제시되어 있으며, 이밖에도 시와 산물, 인물 간 대화를 담고 있다.
필립스는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그녀도 그처럼 현대사회의 이야기를 바라보지만,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호퍼의 작품처럼, 필립스는 도시 생활 특유의 견디기 힘든 외로움을 기묘하게 전달한다. 현대적이고, 사무실과 유사한 인테리어는 사색하는 인물들을 수용한다. 첨부된 텍스트는 도시의 고립의 분위기를 강조한다: ‘침묵의 밀도. 천 명의 목소리가 어루만져 달라고 페이지 안에서 말하고 있다.’ 필립스는 주로 유색인종 여성을 이 남성화된 대도시 속에 포함시킨다. 놀랍게도, 이 공간들은 여성의 존재로 인해 여성화되는 대신, 여성 인물들이 파워 슈트를 입고 전형적인 남성적 자세를 취한다. 그녀의 작품들은 이러한 공간에서 특정한 행동과 정체성을 배제하는 것과 공동의 영역에 존재하는 동질성을 지속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립스의 삶은 그녀로 하여금 이러한 주제들에 대해 정보에 입각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녀는 런던에서 성장했고, 그녀의 직장을 그만두고 예술을 시작하기 전까지 2년 동안 광고 분야에서 일을 했기에 기업 및 도시 공간에 익숙했다. 이 이전, 그녀는 영국에서 공부하는 서아프리카 여성에 대한 논문으로 역사학 학위를 받았다. 필립스는 이러한 공간들에 스며드는 지속적이고 파괴적인 역학에 대해 생각보다 더욱 잘 이해하고 있다. 그녀가 그린 인물들은 좌절감을 상징한다. 그들은 격식을 차린 자세를 하고 있거나,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 있다. 그들은 알코올음료를 마시고 있으며, 그들의 얼굴은 주로 가려지거나 관객을 외면하고 있다. 얼굴을 보더라도 그들의 눈이 감겨 있거나 쑥 들어가 있기에, 그들의 영혼의 창이 가려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대신, 필립스는 작품 속 인물들이 있는 방 벽에 늘어선, 크고 넓은 빌딩의 창문들을 그린다. 이 너머 더 많은 창문들이 늘어서 있다. 그녀의 성격을 드러냄과 동시에 고립시키는, 깨지기 쉬운, 유리 같은 막이다. 우리는 빛이 가득한 이 아파트들을 들여다본다. 한 여인이 유선전화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다. 멀리 있는 또 다른 창문으로는 누군가 목욕을 하고 있는 화장실이 엿보인다. 전시에 동반된 텍스트는 단편적인 대화와 생각들의 혼란스러운 콜라주를 형성한다.
필립스는 이러한 호퍼 식의 현대적 스냅사진을 작년 한 해 동안 그녀의 작품 대부분을 지배했던 상징적인 푸른 색조와 결합한다. 그녀가 표현한 도시들은 상징주의 화가인 알퐁스 오스베르(Alphonse Osbert)가 그린, 하늘이 햇빛에 의한 푸른빛으로 가득 찬, 밤이 오기 직전의 순간을 묘사한 ‘The Blud Hour’로부터 영감을 받은 색채들로 흠뻑 젖어 있다. 필립스는 그 순간의 모호함에 끌린다. 우리의 감각이 우리를 속일 수 있고, 상상과 현실이 서로 얽혀들 수 있는 시간. 작가의 손길 아래, 이 섬세한 시간은 변화를 은유하거나, 미지의 세계로 이동하는, 안전을 찾아가거나 밤의 수수께끼로 모험을 떠나는 시간이 된다. 이번 전시는 이 단계를 밟는다. 그녀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 황혼을 지나 밤까지 이동한다. 우리는 이 수수께끼의 도시에서 해가 지고 뜨는 것을 본다. 전시의 텍스트를 읽으면서, 우리는 그 도시가 각 모퉁이들마다 남성성을 드러내는 가상의 장소, ‘아도니스’라는 것을 발견한다.
아도니스에서 인물들의 감정적인 세계는 구별하기 어렵다. 작가는 심리적 상태를 넌지시 언급하면서도 인물들의 주관적 경험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돌 계단에 혼자 있다. 그녀가 자신의 내면에 그렇게 많은 세계를 숨기고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 같다.’라는 텍스트는 필립스의 경직된 인물들 속 감정의 샘이 있음을 암시하며, 이 모호함을 반영하고 있다. 여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일지라도, 그 속에서 느껴지는 친밀감은 현저히 낮다. 우리는 일종의 상호작용을 목격한다. 정장을 입은 여성들이 조명 옆에 앉아 딱딱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들은 겉보기에 서로 떨어져 있다. 실내 장식은 수수하다. 과연 그들은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 머무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거처가 그들의 일터만큼이나 척박해졌는가? 필립스는 휴식과 일의 경계가 흐트러지는 현대 도시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한 여성이 창문 틀에 힘 있게 기대어 있다. 그녀는 점점 다가오는 밤과 함께 아파트의 불빛이 깜박거리는 도시를 응시한다. 우리는 오직 그녀의 정장을 입은 등만 볼 수 있으나, 필립스는 그 등을 통해 외로움, 그리고 갈망을 전달한다.
전시의 책자는 감정이 억압된 이 세상에서 예술가의 역할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 ‘만족감이 당신을 열게 만든다. 고통은 당신을 닫히게 한다. 각자의 침묵 속은 무한함과 같다. 무한의 안은 틀이다. 그 틀 안에 나의 붓을 두고, 그림을 그린다.’
필립스는 이런 조용한 순간들에 그녀의 붓을 둔다. 소통과 친밀감이 부족하고, 외로움이 장악한 도시 속 취약해지는 순간들 말이다.
이 전시는 씨씨 필립스와 페레스프로젝트가 함께하는 첫번째 개인전이다. 2021년, 그녀는 그녀의 데뷔 개인전 《I See in Colour》를 런던의 홈(HOME)에서 개최했다. 그 후, 그녀는 가나 아크라의 ADA 현대미술 갤러리(ADA Contemporary Art Gallery)에서 개인전 《The Dog And The Wolf》를, 포스트갤러리 취리히(Post Gallery Zurich)에서 개인전 《Memories of The Futur》를 개최했다. 또한, 필립스는 런던의 오지리 갤러리(Ojiri Gallery)에서 《Colour Culture Feelings》, 질리언 제이슨 갤러리(Gillian Jason Gallery)에서 큐레이버 제이드 포스터(Jade Foster)가 기획한 《At Peace》, 몰 갤러리(Mall Galleries)에서 《ING Discerning Eye》, J/M 갤러리(J/M Gallery)에서《Some Of Us Are Brave》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 그녀는 현재 뵈브클리코(Veuve Clicquot)의 국제 순회 단체전인 《Solaire Culture》에 참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