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tile Ground Rebecca Ackroyd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은 레베카 애크로이드(1987년, 영국 첼튼엄)의 개인전 《비옥한 땅(Fertile Ground)》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애크로이드가 페레스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세 번째 개인전이자, 아시아에서의 첫 개인전이다.
본 전시에서는 올해 신작 종이 작업 7점과 조각 2점을 선보인다. 애크로이드는 런던의 한 건설 현장과의 조우가 이번 전시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땅을 깊게 파면 계획된 구조물 안에서 금속과 파이프로 이루어진 복잡한 시스템이 드러난다. 《비옥한 땅》에서 작가는 잠재의식의 구조와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기억의 작용을 탐구하고자 한다.
건축물의 기초를 이루는 석재, 콘크리트, 강철은 무겁다. 반면, 애크로이드의 작품은 안정적이지 않고, 조임새와 배수구같이 일상적이고 가정적인 소재를 초현실적으로 구성해 인식하기 어렵게 만들어 이들이 갖는 고정적인 의미를 지운다. 부드러운 분홍색, 붉은색, 초록색, 그리고 주황색으로 가득 찬 화면에도 불구하고, 관람자는 어딘지 모를 언캐니한(uncanny) 분위기와 묘한 감정에 휩쓸린다.
이 전시에서는 마치 우리를 정신 속 깊은 곳으로 이끄는 듯한 나선형 패턴의 반복이 강조된다. 시간에 관한 이 시각적 상징성은 애크로이드가 계속해서 탐구해 오던 정신분석학, 기억과 그 대상 간의 변증법적인 관계에 대한 것이다. 작품에서 중점적으로 느껴지는 긴장감은 현재의 과거 반복, 기억의 재연과 반복으로 시간에 따라 왜곡되는 기억의 미끄러지고, 파편화된 특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어떻게 잠재의식의 구조와 현재의 기반을 지탱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전시명과 동일한 제목의 조각 작품은 작가가 어머니의 부츠를 신고 있는 자신을 에폭시 레진으로 본을 딴 것이다. 몸통과 다리는 분리된 채 철창 구조물의 위와 안에 매달려 있고, 원형 톱날들은 횡격막 자리와 다리 아래에 위치한다. 반투명한 소재는 파편화되고, 거친 가장자리는 스산한 느낌을 풍기는 듯하다. 작가가 작업 시 착용했던 1960년대 부츠는 과거를 현재로 끌어들여 기억의 활성화라는 시간적 압축을 의미한다.
이같은 세대 간 대화는 어떻게 신체가 생식 능력을 통해 시간을 지속하는지에 관한 것으로, 또 다른 시간의 방식을 암시한다. 애크로이드의 자기반성적인 작업은 창의적 표현과 잠재의식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한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창작 과정에 자발성과 자유로움을 반영해 작업한다. 작품이 점점 더 개인적이고 취약해질수록,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은 더욱 짙어져 간다.
이번 전시는 페레스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애크로이드의 세 번째 개인전이자 서울 공간에서의 첫 전시이다. 애크로이드는 런던 자블로도비츠 컬렉션(Zabludowicz Collection), 밀라노 폰다지오네 포모도로(Fondazione Pomodoro) 등 다수의 개인전에 참여했다. 파리 세르지 국립미술학교(ENSAPC), 이탈리아 미니니의 갤러리아 마시모(Galleria Massimo), 영국 럭비 아트 갤러리 및 미술관(Rugby Art Gallery and Museum), 프랑스 세테의 옥시타니 지역 현대미술센터(Centre Régional d’Art Contemporain Occitani) 등에서 개최한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9년에는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의 큐레이터 팀이 주최한 제15회 리옹 비엔날레(Lyon Biennale)에서도 전시한 이력이 있다. 애크로이드는 2023년에 하노버의 케스트너 게젤샤프트(Kestner Gesellschaft)에서 개인전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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