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ng the Ground to You Beth Letain
페레스 프로젝트는 밀라노 공간에서 베스 르테인 (Beth Letain, 1977년 캐나다 출생)의 개인전 ≪Bring the Ground to You≫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그녀의 신작들은 다양한 색선들이 넓고 길게 그어진 미니멀한 기하학적 형상이라는 기존 형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새로운 기법을 활용하여 전에 없던 구성을 선보인다. 이전에는 흰색의 프라이머가 작품의 주요 시각적 특징이었다면, 이번 작품들은 색의 밀도를 우선시하기 위해 무색의 영역을 숨기고 있다. 두꺼우면서도 부드럽게 칠해진 물감 층은 흰색의 바탕을 덮고 있으며, 이는 그녀가 주로 투명한 재료를 활용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났음을 가리킨다.
르테인의 작업에 자주 인용되는 작가 패니 하우(Fanny Howe)는 ‘의심은 하나의 표현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라고 말했다. 르테인은 미니멀리즘 추상의 계보 안에 자리 잡고 있지만, 작가는 이 예술 장르의 완전한 균일성을 거부한다. 예를 들어 작가는 자를 사용하지 않고, 붓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방식으로 작업하여, 화면 속에서 미묘한 회화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완벽한 형태를 손으로 만들어내는 르테인의 회화는 화면에 우연성을 가미하여 리드미컬한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번 신작들은 이전과 같이 투박한 터치가 강조되지는 않지만 여전히 도전적이고 자발적인 미니멀한 언어적 시도를 이어 나간다.
그녀는 직접 혼합한 페인트로 새로운 형태에 접근하며, 이때 형태는 페인트의 점성에 따라 형성된다. 화면은 풍부하고 강렬한 색채가 서로 조우하며 진동을 일으키고 형태의 가장자리는 더욱 날카롭게 벼려진다. 르테인은 캔버스를 조각과 같은 단단한 물체처럼 다룬다. 그녀는 캔버스를 입체적 대상으로 바라보며 붓을 사용해 형상을 조각하고 회화 작품을 이미 존재하는 물질처럼 취급한다. 작가는 평평한 표면 위 흰색의 공간 안에서 색조를 층층이 쌓아 올리는 개념을 거부한다.
일반적인 이전 작품들보다 작은 규모의 신작들은 보다 복잡한 형식적 배열로 르테인의 추상적인 시각 언어를 상세하게 전개한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언어 체계를 발전시키는 방식에 천착하는 작가는 특히 나무를 고집한다. 이는 화면 중앙을 기점으로 하여 가지를 뻗치는 형태로 구성된 구조에서 엿볼 수 있다. 다양한 도시에서 살았던 작가의 삶은 그리드, 시스템, 그리고 순환의 구도로 이행되어 반영된다.
그러나 작품은 캔버스라는 물리적인 경계 안에 완전히 다 담겨있지 않으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캔버스의 측면과 뒷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증을 갖도록 만든다. 르테인의 작품과 예술적 세계관은 시각적 형상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들에 속박되지 않는다. 작가는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지만 그 화면을 구현하는데 사용하는 재료가 현실의 물질이라는 것과 달리, 작품은 정신적인 면에서 의미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르테인은 이전보다 작품의 크기를 축소했으나, ≪Bring the Ground to You≫를 통해 확장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이번 연작에서 그녀는 색다른 자극을 탐색하며 또 다른 정신적 공간으로 이동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형태, 새로운 색상, 새로운 방법이 나타나고, 이에 대해 르테인은 “지금 나는 나만의 신비한 계곡을 지나는 중이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처럼 다양한 예술적 방식 사이의 유사성과 현저한 차이에 대해 말하면서 자신만의 경쾌한 리듬을 즐기고 있다.
이번 전시는 베스 르테인이 페레스 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세 번째 개인전이자 밀라노 공간에서 처음 선보이는 전시이다. 개인전으로는 대구와 서울의 리안 갤러리에서의 ≪Trees for the Forest≫(2022), 스페인 팔마의 L21에서의 ≪Beth Letain: Mountain Climbers≫(2022), 벨기에의 패트릭 드 브록 갤러리(Patrick De Brock Gallery)에서의 ≪Warm Grey≫(2020), 페레스프로젝트 베를린에서의 ≪ultrapath≫(2019)와 런던 페이스 갤러리에서의 ≪Signal Hill≫(2018)이 있다. 또한 독일 바이딩겐 프리드리히 재단에서의 ≪Nothing in particular≫(2021)와 크리스티안 말라챠(Christian Malycha)가 기획한 뢰틀링겐 예술협회에서의 ≪An Action without Image≫(2018)에도 참여했다. 르테인의 작품은 아트포럼, 플래쉬아트, 아트뉴스, 보더 크로싱을 포함한 주요 예술 포럼에서 다루어졌다. 올해 6월에 르테인은 베를린 기반 맥스 헤츨러 갤러리(Max Hetzler Gallery)에서 크리스티안 말라챠가 기획한 ≪the yellow light at 6 pm. Remembering, envisioning, sensing landscape≫에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