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rden Dies with the Gardener Anton Munar
페레스프로젝트는 안톤 무나르(1997년 덴마크 코펜하겐)가 갤러리와 함께하는 첫 개인전 ≪정원사는 정원과 함께 사라진다(The Garden Dies with the Gardener)≫를 갤러리의 베를린 공간에서 6월 23일부터 9월 2일까지 개최한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사랑은 재창조가 필요하다.”
–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 「착란 I(Delirium I)」, 『지옥에서 보낸 한철(A Season in Hell)』
봄이 오면 난 우리가 사는 코펜하겐의 거리에 가득한 나무들에서 연한 분홍색과 흰색의 목련꽃이 빨리 피어나기를 기다린다. 목련의 수명은 3주 정도여서, 나는 의도적으로 꽃이 피는 동안 특정한 목련 나무를 지나 아시스텐스 묘지(Assistens Cemetery)를 통과한다. 어느 날 닫혀 있던 꽃봉오리가 마침내 피기 시작했고, 꽃들은 무대에 올라갈 준비를 마친 화려한 차림의 발레 무용수들처럼 태양을 향해 뻗어 나간다. 나는 이 아름다운 광경 앞에서 꽃잎들의 경이로운 움직임에 박수를 보내며, 이와 동시에 곧 이 꽃들이 시들 것임을 생각한다. 우리는 꽃이 탄생하고, 다시 시드는 주기적 순환으로부터 꽃의 삶이 갖는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정원사는 정원과 함께 사라진다≫에서 전시된 안톤 무나르의 작품을 살펴볼 때 나는 종종 이러한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친애하는 안톤의 작업에 대해 무언가를 조리 있게 쓰려고 하면 할수록, 나는 반복적으로 그와의 가까워짐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렇더라도 한번 시작해 보자.
안톤의 작업실에는 물감, 붓, 팔레트, 종이, 캔버스와 친구, 가족, 성당, 풍경이 인쇄된 사진들이 쌓여 있으며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공간이 거의 없다. 이는 아무도 밟지 않은 땅, 아직 발길이 닿지 않은 정원이 제 이야기 들어주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곳에서 안톤은 극도의 호기심으로 캔버스를 헤쳐 나가며 작품이 고유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을 알아가려 애쓴다. 그는 세심한 정원사처럼 관심을 기울이고, 물을 주고, 기르며 끝내 마주하게 되는 결과에 놀라워한다.
안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진화하며 확장되는 우정처럼 풍경에 접근한다. 풍경은 그가 어린 시절 뛰놀던 스페인 마요르카(Mallorca)의 정원,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소나무로 가득한 그 섬에 대한 상상적 해석에서 비롯된다. 언제나 푸르른 소나무는 자연과 대화의 시작점이자 중심으로서 종종 작품에 등장한다. 안톤과 마요르카 소나무 간의 관계는 레바논계 미국인 화가이자 작가인 에텔 아드난(Etel Adnan)의 말을 떠오르게 한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지금껏 만난 사람 중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묻는 말에 “산”이라고 답하며, 타말파이어스 산(Mount Tamalpais)이 늘 자기 존재의 중심에 있었음을 드러냈다. 감히 말하건대, 안톤에게는 그 중심이 마요르카의 소나무일 것이다.
안톤은 마요르카 정원에서 그림을 그리며 자연의 일시성을 직접 캔버스에 담아낸다. 그림자의 윤곽선이 소나무의 형태와 닮아 있거나 소나무가 사람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것처럼, 각 작품 속 다양한 형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빈 캔버스 위로 비치는 그림자의 윤곽을 포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그림자는 천천히 뒤로 움직이고, 그는 자신을 그림의 일부로 만들면서 자신이 파악하려는 자연에 속한 자신을 만나게 된다. 이와 같은 자연의 일시성은 안톤의 그림에서 강렬하게 포착되는 부분으로, 나무의 신비로움은 하나의 인생에 수많은 순간이 담겨있는 만큼 다양한 차원을 만들어내고 있다.
거의 실제 사람 키만큼 크고 길게 늘어진 안톤의 캔버스는 관객들에게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낸다. 작품의 표면 아래로는 여러 겹의 물감층이 진동하고, 그 위로 색상들이 자유롭게 서로 얽히고, 긁히고,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공격적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안톤의 작품 앞에서, 나는 좋든 나쁘든 세상의 리듬 속에서 삶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그의 작업은 인간 존재를 담고 기념하며, 그 밑바탕에 언제나 죽음이 흐르고 있음을 인지한다. 나는 이 동행을 떠올렸고, 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삶의 신비는 바로 그 점에 있음을 깨달았다.
“수년에 걸쳐 나는 떠났다가 돌아오고, 산 주위를 돌아보고, 밤중에 일어나 산이 아직 그곳에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고, 바라보고, 사방을 걸어 다니며 계속 꿈을 꾸고 있다… ”
- 에텔 아드난(Etel Adnan), 타말파이어스 산으로의 여행(Journey to Mount Tamalpais)
글: 마야 조이 사돈(Maya Zoe Saadon)
이 전시는 안톤 무나르가 페레스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작품의 물성에 관심을 둔 무나르는 유화, 디스템퍼, 과슈, 잉크, 목탄, 분필, 파스텔, 안료를 포함해 폭넓은 범주의 재료를 사용하고, 캔버스, 천, 혹은 나무와 서랍 같은 가구에서 차용한 재료도 사용한다. 풍부한 물감층을 통해, 그는 사랑이라는 원동력에서 비롯한 파편화된 내러티브의 교차점에서 연상적 구성을 만들고, 이곳에서는 내외부 공간이 얽히고 환상적 시각이 물리적 세계에 침투한다. 2023년에 코펜하겐의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Royal Danish Academy of Fine Arts)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취득한 무나르는 2023년 영국 세인트 알반스의 페인터 페인팅 페인팅스(Painters Painting Paintings),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디에즈(diez, 2022), 덴마크 코펜하겐 갤러리 큐(Galleri Q, 2020)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그의 작업은 2023년 코펜하겐 현대미술관(Kunsthal Charlottenborg, 2023), 미국 LA 캐슬(CASTLE, 2023), 페레스프로젝트 서울(2023), 코펜하겐의 마리 키르케카드 갤러리(Marie Kirkegaard Gallery, 2022), 런던 클라스 레이스(Claas Reiss, 2021), 코펜하겐 앨리스 포커 갤러리(Alice Folker), 암스테르담의 인뎁 스튜디오(Indebt Studios, 2021),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The Danish Royal Academy of Fine Arts,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을 통해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