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metries of the Forest Ad Minoliti
페레스프로젝트는 애드 미놀리티(1980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가 갤러리와 함께하는 세 번째 개인전이자 서울 공간에서 여는 첫 번째 개인전 ≪숲의 기하학(Geometries of the Forest)≫을 개최한다.
버섯 아래에서 자라는 뿌리 같은 한 가닥의 실을 따라가면, 우리는 땅 밑의 또 다른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 숲 아래를 가로질러, 나무껍질을 타고 올라가는 갓과 줄기는 곰팡이 균사체와 나무뿌리들이 합쳐지면서 형성된 거대한 지하 망을 품고 있다. 이것이 바로 숲의 순환계이다. 이는 수 마일에 걸쳐 있으며, 먼 거리에서도 나무, 곤충, 다른 수많은 생물이 서로 소통하고 영양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숲의 기하학≫에서 애드 미놀리티는 이러한 생태적 이미지를 자신만의 기하학적 추상에 병합해 관계 세계(relational world)를 묘사한다. 종종 불규칙한 형태의 캔버스 속 장난스럽고 풍부한 색채는 대조적인 색채와 정확한 기하학적 형태를 교차시켜 범주화할 수 없는 큰 형태를 만들어 낸다. 이 모호함 속에 정체성에 대한 우리의 규범적인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미놀리티의 의도가 담겨 있다. 미놀리티의 작업은 모든 생물과 무생물의 고유한 상호 의존성을 설명하기 위해 전통적인 정체성에 관한 개념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의 저서에서 영향을 받았다. 해러웨이는 지구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반려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이보그 선언(A Cyborg Manifesto)』(1985)에서 유기적이고 기술적인 물질이 융합된 은유적 존재인 포스트휴먼 사이보그의 개념을 제시한다. 미놀리티의 회화는 이러한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작품들은 생태계처럼 각 형태가 다양한 구조에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법의 먼지(Magic dust)>(2023)에서 애벌레는 버섯갓 위에 앉아 있는데, 타원형의 입에서 파충류의 노란 혓바닥 혹은 물담배 파이프처럼 보이는 것이 튀어나와 있다. 파란 버섯은 애벌레의 몸통으로서 기능하며, 그 반대편에는 노란색과 흰색으로 채색된 애벌레의 머리가 거울상을 하고 있다. 루이스 캐럴(Lewis Caroll)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1865) 중 한 장면을 재구성한 미놀리티는 아동문학, 장난감, 만화 속 상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어덜티즘(adultism)의 문제와 그것이 젠더에 관한 우리의 이해와 어떻게 관련되는지에 대한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
아동문학은 숲속에서 길을 잃은 어린 소녀들, 마력을 지닌 동물들이 버섯과 나무에 집을 짓는 모습 등 생태적 이미지로 가득하다. 미놀리티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서로 다른 종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내러티브를 해체하는 기하학으로 매끄럽게 변환시킨다. 작가는 이런 방식으로 젊은 세대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아이들에게 정체성과 젠더에 대한 규범적 시각을 강요하는 제도적 편견을 드러내고 개선한다. <나비(Mariposa)>(2023)에서 미놀리티는 한 마리의 나비를 그린다. 나비의 움직이는 날개에서 브래들리 인형(Bradley Doll)의 만화같이 동그란 눈을 찾아볼 수 있다. 속눈썹은 뚜렷하고 무게감이 있다. 빛의 표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눈은 흐릿함과 망각을 암시한다. 통상 꽃 모자를 쓰고 레이어가 풍부한 드레스를 입은 브래들리 인형은 60년대와 70년대 한국과 일본에서 대량으로 제작되었다. 성별의 특징이 명확한 이미지는 성별을 넘어 기하학적 추상의 바다에서 표류한다. 미놀리티의 정밀한 형태를 배경으로, 인형의 눈은 여성성과 소녀성에 지속적이고 잠재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는 묘사에 대한 불합리한 상징이 된다.
둥근 세포 형태의 <마이크로도스(microdose)>(2023)는 분홍색과 파란색의 대조적인 파스텔 톤 색채들로 그려져 성별 규범을 따르지 않는 시각적 영역을 구현한다. 이 작업은 버섯의 약효와 항정신성의 힘을 언급하며, 자연적 의약품의 전통을 존중하던 원주민 공동체의 파괴와 함께 사라진 지식을 암시한다. 이같은 레퍼런스는 관람자에게 어덜티즘의 교차성을 상기시킨다. 어덜티즘의 교차성은 어린이뿐 아니라 청소년과 연관된 특성을 표현하는 우리 사회와 개인 일부를 무력화하고, 직관적이고 정의에 덜 기반한 지식 체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동체를 억압하고 애용하는 도식이다.
≪숲의 기하학≫은 미놀리티가 올가을 독일의 중요 기관과 함께 지하 전시장을 버섯들이 자라나는 동굴로 탈바꿈 시는 새로운 개념의 첫 변주이다. 숲속 버섯들의 네트워크처럼 이번 전시는 정체성에 대한 규범적 개념을 해체하는 공동의 체계 속 전형적으로 대조되는 요소를 한데 모아, 모든 존재의 상호연결성을 인식하는 포용적 공간을 조성한다.
이번 전시는 애드 미놀리티가 페레스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세 번째 개인전이자 서울 공간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다. 미놀리티의 작업은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으며, 수많은 해외 미술관 및 기관의 개인전을 통해서 소개되고 있다. 최근 영국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미술관(Tate St Ives, 2022), 프랑스 투르의 올리비에 드브레 현대예술센터(Centre de Création Contemporaine Olivier Debré, CCCOD, 2021), 리스본 현대미술관(Kunsthalle Lissabon, 2020), 미국 노스애덤스의 매사추세츠 현대미술관(Massachusetts Museum of Contemporary Art, MASS MoCA, 2020), 시카고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Chicago, 2019),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현대미술관(Museo de Arte Moderno de Buenos Aires, 2019)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미놀리티는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와 제13회 광주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미놀리티의 작품은 부에노스아이레스 현대미술관,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마이애미의 페레즈 미술관(Pérez Art Museum Miami), 파리의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 등에 소장되어 있다. 미놀리티는 올해 말, 독일 쿤스트팰리스 에를랑겐(Kunstpalais Erlangen)과 부에노스아이레스 카사 델 비센테나리오(Casa del Bicentenario)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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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ie Thaddeus-Johns, Artsy, July 25,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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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lan Kelly, Hypebeast, May 28,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