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ast That Is Future Tense Kiyan Williams
“당신은 한 장소에 들어섭니다. 혀끝을 내밀어 보세요. 그리고 그 공간에 남아있는 맛을 느껴보세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혹은 일어났다는) 감각을 느껴보세요. 여기에 남아 있는 것: 지금 바로 이 순간과 이곳: 시간의 흐름을 이어주고 끊어주는 힘. 당신은 미래 시제인 과거로 던져집니다. 혀는 긴장으로 굳어집니다. 무엇이 장소를 맛으로 느끼게 하고, 무엇이 장소에 맛을 부여하는지. 관계는 바로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바위에서 흙으로, 흙에서 땀으로, 땀에서 물로, 물에서 미생물로, 미생물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일로.”
– 크리스티나 샤프(Christina Sharpe), 「노트 188(Note 188)」, 『일상의 노트(Ordinary Notes)』
페레스프로젝트는 미국 작가 키얀 윌리엄스(1991년, 미국 뉴저지 뉴어크)의 개인전 ≪미래 시제인 과거(A Past That Is Future Tense)≫를 갤러리의 밀라노 공간에서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윌리엄스가 페레스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첫 전시로 작가의 새로운 조각들을 선보인다.
윌리엄스는 이번 신작을 통해, 역사와 권력의 지배적인 서사를 구성하는 국가적 상징과 건축 양식을 변형해 사물의 쓰임을 탐구하고, 드러나지 않거나 가려진 의미들을 되살린다. 작가는 독립적 실체의 본질적인 역동성으로 간주한다는 객체지향 존재론(object-oriented ontology)을 기반으로 작업을 전개한다. 이번 신작은 석고, 크롬 합금, 흙을 혼합하여 선형적 시간의 붕괴를 일으키고 유적의 시각적 언어를 확장한다.
전시 기간, 윌리엄스는 제국을 지탱하는 구조와 상징을 뒤섞는다. 전시의 중심작은 정부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코린트 양식과 도리아 양식의 기둥을 변형한 것으로, 유럽 서구의 이상적인 시스젠더(cisgender) 신체를 상징한다. 두 개의 신고전주의적 기둥은 서로를 향해 무너져, ‘X’ 자로 교차한다. 이는 미지의 무언가를 상징하는 기호이자, 설명하기 힘든 것에 대한 표식이며, 논바이너리와 같이 정의되지 않은 성 정체성을 모두 나타내는 정부의 식별표시기도 하다. 질산은(silver nitrate)으로 처리된 석고는 크롬으로 흘러 과거가 미래로 녹아드는 연금술의 표면을 만든다.
<녹은 자유의 여신상(Molten Statue of Freedom)>(2023) 시리즈를 위해, 작가는 미국 국회의사당을 장식하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청동상인 자유의 여신상을 모티프로 고대 그리스·로마 조각을 모방한 흉상을 제작했다. 윌리엄스는 흙과 질산은을 석고 시멘트에 층층이 쌓는 과정을 거치면서, 서양 미술사의 순수함과 미의 고전적인 표현을 전복시킨다.
쇠사슬에 매달린 채 검게 그을린 미국 국기 네 개가 기름과 반죽의 흔적이 남은 철골에 걸려 있다. <튀겨져 매달린 국기(Fried and Suspended Flag)>(2023) 연작은 국기를 권력의 상징으로 다루며, 그 상징을 따르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미국 국기에 담겨 있고 새겨진 이데올로기에 저항한다. 이 작품들은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로 완성되었는데, 윌리엄스는 대중이 미국 국기에 양념하고 반죽하거나 바싹 튀기도록 만듦으로써, 국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이 국기는 집단적 놀이의 촉진제이며 의미의 해체와 집단적 재구성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윌리엄스는 깃발을 예술적 형식 언어로 재구성한다. 양념은 안료를 대신하고, 국기는 캔버스가 되며, 이를 덮고 있는 굳어진 음식은 회화와 조각을 연결한다. 작품은 미국 요리 문화에 기여한 일상적인 조리법을 다루는데, 향신료의 혼합 방식은 지역색을 표현하면서도, 이곳에서 사용된 향신료는 식민지 확장을 통해 상품이 유통되었던 초기 역사 또한 떠올리게 한다.
따라서 국기를 튀기는, 이 행위는 다양하면서도 때로는 모순적인 의미를 포함한다. 윌리엄스는 이 작업을 통해 민족성과 식민지 역사에 관한 중요한 대화를 촉발시킬 뿐 아니라, 소속감, 공동체 형성의 실천 및 돌봄의 공유된 경험에 대한 질문들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다양한 예술적 실천을 통해 의미를 재조정하는 작가는 사물의 상징적 의미가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축적되는지를 탐구하는 동시에, 그 의미가 어떻게 변하고, 이의를 제기하고, 새롭게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성을 와해시킨다.
이 전시는 키얀 윌리엄스가 페레스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첫 개인전이다. 윌리엄스의 작업은 그동안 많은 전시에서 소개되어 왔으며, 최근 개인전으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알트먼 시겔(Altman Siegel, 2023), 로스앤젤레스 해머 미술관(Hammer Museum, 2022), 뉴욕 라일즈앤킹(Lyles and King, 2022), 팔로알토 스탠포드대학교 앤더슨 컬렉션(The Anderson Collection, 2021), 뉴욕 리세스 아트(Recess Art, 2020)가 있다. 또한 미국 캠브리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리스트 시각예술센터(List Visual Arts Center, 2022), 미국 리지필드 알드리치현대미술관(The Aldrich Contemporary Art Museum, 2022), 캐나다 온타리오주 보먼빌의 클래링턴 시각예술센터(Visual Arts Center of Clarington, 2021), 뉴욕 더 쉐드(The Shed, 2021 and 2019), 뉴욕 레슬리-로먼 미술관(Leslie-Lohman Museum, 2021), 워싱턴 D.C 허쉬혼 미술관 (Hirshhorn Museum, 2020), 뉴욕 소크라테스 조각공원(Socrates Sculpture Park, 2020)과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 2019)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그의 작품은 미국 워싱턴 D.C의 허쉬혼 미술관(Hirshhorn Museum)과 뉴욕주 핸콕의 엉클브라더(Unclebrother)에서 전시되고 있다.
1. Sharpe, Christina. “Note 188 Terra:Terror:Terroir.” Ordinary Notes, Farrar, Straus and Giroux, Toronto, 2023, p. 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