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terios inscritos en tela Paolo Salvador
페레스프로젝트는 파올로 살바도르(Paolo Salvador, 1990년생 페루)가 갤러리와 함께하는 네 번째 개인전이자 서울 공간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 ≪천에 새겨진 미스터리(Misterios inscritos en tela)≫를 개최한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형상들을 분석하면서 포스트모던 회화에 계속 제기되던 질문 중 하나인 '보이지 않는 힘을 어떻게 가시화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한 바 있다. 살바도르는 정서적 울림이 가득한 감각적이고 신비로운 영역을 묘사하는 것에서 그 답을 찾는다. 간결한 시각적 어휘와 조화로운 구성의 작품들은 개인적이면서도 역사적인 과거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뿐만 아니라 인간 조건에 대한 내면의 성찰을 나타낸다. 그림을그리는 행위는 서양 미술사의 전통적인 법칙, 양식 뿐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 경험 및 기억과도 관계를 맺는 과정이다.
들뢰즈적 특권과 더불어, 특히 자연의 힘은 살바도르가 선과 색채를 사용하여 불러일으키는 리듬과 흐름에서 두드러진다. 생동감 넘치는 그의 작품은 산, 나무, 야생동물의 묘사가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등 자연을 끊임없이 찬미한다. 그는 야생동물을 묘사할 때 고대 안데스의 철학에서 꾸준히 영감을 얻지만 그의 예술은 동시대성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하나의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풍부한 신화의 소재를 일상적으로 차용하여 작품 내에서 의미를 이끌어내고 발전시킨다. 작가의 보편주의적 야심은 토착 우주론, 옛 거장의 그림들, 포스트모던 철학 등 이질적인 소재들로부터 가져온 개념을 재검토하고 재정의하려는 복합적인 충동으로 표출된다. 다양한 시대, 지리적 영향의 혼합은 수 세기에 걸친 문화적 혼성과 인종 간 융합의 산물인 페루의 현대 문화와 그 맥을 같이한다.
작가는 라틴 아메리카 출신이라는 뿌리, 그리고 유럽에서 경험하는 이민자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그의 예술적 표현 방식을 특징짓는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흔적에는 그의 고향 페루의 특징들이 분명하게 담겨 있다. 이에 대한 암시는 작품의 물성에서도 드러나는데, 다양한 붓질과 질감으로 표현된 표면은 수많은 고도와 기후를 아우르는 페루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각 작품은 개별적인 부분으로 구성된 생태계를 표현하지만, 광활한 평원과 산의 풍경은 그의 고향만큼이나 영적 차원, 즉 지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칸트가 제시하는 정신의 속성으로서의 숭고 개념처럼, 작품 속 공간은 무한의느낌과 감상자 의식 안의 욕망의 충족 불가능성을 전달한다.
살바도르의 작품에서 인간의 신체는 주로 고양이 혹은 개 형태로 그려진 동물과 함께 묘사된다. 인간는 동물 위에 군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물을 타고 있거나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는 듯한 모습은 역사적으로 자연을 길들이려는 인간의 욕망을 나타낸다. 살바도르의 동물적 형상은 인간이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동행하고 안내하는 영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이로써 이 형상들은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간에 존재하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모하며 의식의 아바타 역할을 한다. 특히 인간 형상 자체는 특정 국적, 성별 또는 민족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 형상들은 흙으로 인간을 창조했다는 성경의 개념을 암시하며, 이러한 정신에 따라 모두 같은 재료를 사용하지만 다양한 밀도로 칠해졌다. 살바도르는 점토 기반의 안료로 인간의 형태를 일관되게표현하여 인간을 빚어냈던 프로메테우스의 몸짓을 반영하고 그의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살바도르는 이 새로운 작품 연작에서 세 점의 회화를 연결해 트립틱(triptych)을 선보인다. 세 작품은 선형적인 진행이나 내러티브 구조가 없는 대신 순환적인 구성으로 연결된 동일한 색채 조합으로 연결된다. 수수께끼 같은 이 작품은 영원한 시간의 힘을 이야기한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색의 중앙에 서 있는 고독한 인물은 작품 밖 관객과 직접 대면하고, 관객은 자신의 시각을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살바도르의 예술은 식민지 이전 주제와 현대 사상가, 안데스 우주관과 자연 과학, 서양 회화 전통과 동시대 예술 관행을 연결하는 동일한 보편적 주제와 아이디어에 기반한다. 그의 작품은 반복을 통해 목적론적 시간을 벗어난 연속체 안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으며, 작가 자신의 정체성처럼 끊임없이 변모하고 확장되면서 지속적인 기억의 행위 속에서 과거를되짚고 발견해 나간다.
궁극적으로 살바도르의 예술은 식민지 이전 주제와 현대 사상가, 안데스 우주관과 자연 과학, 서양 회화 전통과 동시대 예술 관행을 연결하는 동일한 보편적 주제와 아이디어에 기반한다. 그의 작품은 반복을 통해 목적론적 시간을 벗어난 연속체 안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으며, 작가 자신의 정체성처럼 끊임없이변모하고 확장되면서 지속적인 기억의 행위 속에서 과거를 되짚고 발견해 나간다.
— 율리아 타바레스 그륀베르그 Julia Tavares Grünberg
이번 전시는 파올로 살바도르가 페레스프로젝트와 함께하는 네 번째 개인전이자 서울에서의 첫번째 개인전이다. 그의 최근 개인전으로는 런던 굿맨 갤러리(Goodman Gallery)에서의 ≪Silencios entre el mar, los ríos y montañas≫(2023), 페레스프로젝트 밀라노에서의 ≪Los últimos días del gato de fuego ≫(2023), 서울 일우스페이스에서의 ≪새벽의 백일몽≫(2022), 스위스 크슈타트 패트리샤 로 컨템포러리(Patricia Low Contemporary)에서의 ≪Nuevas Mitologias≫(2021), 페레스프로젝트 베를린에서 ≪Resonancias oníricas≫(2021)이 있다. 또한 그는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에서의 ≪The New, New≫(2023), 브라질 상파울루 멘데스 우드 DM(Mendes Wood DM)에서의 ≪Futurismo≫(2022), 덴마크 드로닝몰레 루돌프 테그너 미술관(the Rudolph Tegners Museum)에서의 ≪Heroic Bodies≫(2022), 파리 페로탕(Perrotin)에서의 ≪Les Yeux Clos≫(2021) 그리고 런던 슬레이드연구센터(Slade Research Centre)에서의 ≪The Nomenclature of Colours≫(2019)등 수많은 그룹전에 참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