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Mute Seungho Jo
소리 없는 환경이 기본인 전시 공간에서 ‘Stay Mute(음소거로 머물기)’라는 제목은 새삼스럽다. 사물이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인간이 말을 하는 것만큼이나 당연하며, 회화와 조각 같은 예술품은 본래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무음의 사물은 회화작가나 조각가에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조승호는 사물을 마치 ‘음소거 Mute’ 버튼을 눌러 조용해진 상태처럼 감각한다. 그것들은 원래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들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침묵하고 있다.
작가는 아날로그 장비를 활용한 비디오 사운드 퍼포먼스 그룹 ‘테잎에잎tapeape’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또 영화음악 감독, 사운드 엔지니어, 동시녹음 감독으로 일해왔으며, 심지어 군대에서도 음향병으로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에서 소리를 둘러싼 감각은 중요하다. 그것이 전시장 사물의 아무 소리 없는 무음의 상태라도 말이다.
일찍이 미국의 현대 음악가 존 케이지(John Cage)는 〈4분 33초〉(1952)에서 피아노에 앉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 ‘무음 연주’를 선보였다. 악보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음표 대신 ‘침묵’을 뜻하는 음악 용어 ‘TACET’이 적혀 있었다. 연주자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건반을 누르지 않은 채로 4분 33초 동안 가만히 있는다. 침묵을 연주하는 이 작업은 역설적으로 세상에 완벽하게 소리가 없는 순간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4분 33초 동안 귀를 기울여 보면, 연주자와 관객을 둘러싼 곳에 존재하는 무수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 사람들의 웅성거림, 걷는 소리, 몸 안에서 심장과 폐가 움직이는 소리, 심지어 피가 순환하는 소리까지.
물질과 파동이 분리할 수 없는 연속적 상태라는 현대 과학의 이해에 따르면, 눈에 보이는 고정된 사물 또한 소리의 파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사물’이라고 여기는 것은 사실상 보이지 않게 진동하고 있는 일종의 흐름이며, 우리가 보는 사물의 이미지는 망막에 순간적으로 도달한(빛의) 물결이다.
《Stay Mute》에 등장하는 사물은 음소거 상태에 적극적으로 머무른다. 사물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을 때, 역설적으로 그들은 어떤 소리를 들리게 만들까? 작가는 전시장 하얀 벽 속 보이지 않게 살을 채우고 있는 석고 보드, 돌로 자신을 위장한 스피커, 무언가를 홍보하는 사물이지만 도무지 홍보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옥외 광고판과 전단지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음소거 된 사물을 보여 준다. 이제 관객은 우리를 향해 외치지 않는, 무음의 소리를 주의 깊게 듣기 위해 사물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가야 할 것이다.
— 하상현
조승호(b. 1994, 한국 수원)는 미디어 설치, 퍼포먼스,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작업하는 현대미술가이다. 그는 아날로그 장비를 활용한 비디오 사운드 퍼포먼스 그룹 ‘tapeape’으로 활동했다. 또 극장과 영화 현장의 음악감독, 사운드 엔지니어와 뮤지션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조형예술 전문사에 재학 중이다. 최근 그의 개인전으로는 서울 플랫폼엘에서의 《너는 고장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Take Care, Obosolete Machine》(2022), 서울 서교스퀘어에서의 《고장유랑단》(2021)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