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thetic Spirits Harm Gerdes
페레스프로젝트는 베를린에서의 함 게르데스(1994년, 독일 다름슈타트)의 두 번째 개인전 ≪합성 정신(Synthetic Spirits)≫을 개최한다.
게르데스의 작업은 실험적이며 과정 중심적이다. 즉흥적이고 체계적인 접근법이 캔버스마다 힘을 겨루며 공존한다. 이번 전시는 반년간의 작업을 통해 작업 과정과 방법에 대한 그의 실험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 과정은 손으로 그린 직관적인 스케치부터 시작해 디지털화하여 구도를 다듬고 발전시킨 후, 이를 다시 캔버스에 옮기는 방식이다. 통제와 즉흥성 사이의 대비가 작업 과정 전반을 관통한다. 흐르는 아크릴을 캔버스에 붓고 기울이면 물감이 중력을 따라 움직이면서, 계획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질감과 구도가 만들어진다. 이후에는 집중력과 방향성이 요구되는 에어브러시 작업으로 전환한다.
본능적인 움직임과 반사적 표현 방식을 넘나드는 게르데스는 직관적으로 작업하는데, 미리 정해둔 최종 이미지를 목표로 작업하기보다는 작업하면서 자신의 화면을 발전시켜 나간다. 힐마 아프 클린트(Hilma af Klint),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중간성(in-betweenness)'은 우리의 확장된 현재 안에 있는 정신적 욕구를 고려하여, 신비주의와 기이함을 위한 장을 연다.
작가는 작품 자체를 자율적인 존재로 개념화하며, 회화가 공간 사이를 이동하면서 변화하는 관계를 경험하고, 이후 신체와 주변 환경에 따라 재맥락화된다고 여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각각의 회화에는 고유한 정신과 특성이 있으며 자율성, 주체성, 신성함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작품의 거의 모든 부분은 합성 소재로 제작되었다. 아크릴 물감과 폴리에스터 캔버스로 작업하는 게르데스는 전통적이고 정석적인 매체와 유화에 대해 자신이 받았던 교육에 의도적으로 반기를 든다. 이를 통해 그는 현재를 다루고 반영하며, 물질적 조건에 따라 반응하는 회화를 만든다.
작가는 위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인간이 있는 곳마다 오염과 플라스틱이 너무 많아서” 우리가 손대지 않은 몇 안 되는 지역만 보이고 나머지는 우리에 의해 구조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게르데스는 자기 작품을 그 풍경에 비유한다. 작품의 구성 대부분은 질서가 잡혀 있지만, 액상 아크릴을 캔버스 위에 붓는 과정에서 물감의 물성과 움직임이 작품에 근원적인 특성을 더해준다.
이 회화는 정신과 육체 사이의 연결을 매개하고 정신을 위한 원시적 자양분으로서 관람객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게르데스의 작품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가 현재와 마주하고 씨름하기를 주장하는 실험 정신이다.
이 전시는 함 게르데스가 페레스프로젝트의 베를린 공간에서 개최하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함 게르데스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롤 민속 예술 박물관(Tiroler Landesmuseen, 2021), 카를스루에 마이어 리거(Meyer Riegger, 2022), 쿤스트할레 다름슈타트(Kunsthalle Darmstadt, 2015)와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Kunstakademie Düsseldorf, 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는 2020년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