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ye of the Storm Jeremy

Press release

페레스프로젝트는 제레미(1996년 스위스 제네바)의 서울 공간에서의 첫 개인전 《폭풍의 눈(The Eye of the Storm)》을 개최한다.

 

일상어에서 종종 오용되지만, 폭풍의 “눈”은 실제로 폭풍 내에서도 주위의 혼돈을 벗어난 곳인 가장 잔잔한 부분을 의미한다. 하지만 바람은 움직이는 힘이고, 그 눈은 계속해 이동하며 혼란 속 도피처라는 환상을 날려 버린다.

 

이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레미는 16점의 신작을 모아 바람에 휘몰아치는 인물화들을 갤러리 전시로 들여온다. 고대 신화, 판타지 문학, 비디오 게임에서 영감받은 작가는 자신의 예술을 세계관 형성의 한 형태로 본다. 그는 미인 대회에서 우승한 <미스 사이클롭스 23(Miss Cyclope 23)>(2023)과 같이 각 작품에서 사소한 아이디어가 비관습적인 신체와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비규범적인 우화로 가득 찬 우주를 구축한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을 작품에 몰입시키는 동시에 회화를 공간적, 개념적으로 연결하는 포괄적인 서술을 펼쳐낸다. 초기에는 설치 작업을 했던 제레미는 《폭풍의 눈》에서 골체(Golce)가 제작한 소리의 풍경이 관람객을 감싸며 증강된 경험을 선사한다.부드러운 산들바람에서 시작해 뇌우로 커지는 여러 음파 층이 중첩되어 전시와 그 서사의 흐름을 따라가며 갤러리 공간 전체에 흐르는 반복되는 시각적 주제로 각 캔버스를 휩쓸고 소용돌이치는 짓궂은 바람을 반영한다. 부드러운 산들바람에서 점차 뇌우로 커지면서, 여러 음파 층이 중첩되고 전시의 발전 과정과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간다. 전시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시각적 주제는 마치 짖궂은 바람처럼 각 캔버스를 차례로 휩쓸며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의인화된 형상은 오랫동안 제레미 작업의 중심이었지만, 최신작들에서는 새로운 차원을 보여준다. 페레스프로젝트와 함께한 이전 전시인 《Mourning Opulence》에서 무정형의 얼굴 없는 등장인물에서 출발한 작가는 일련의 흉상 초상화와 상황에 맞는 전신 초상화를 통해 초상화법을 탐구한다. 다양한 관점으로 장르에 접근하며, 그는 미술사와 그래픽 아트에서 가져온 다양한 자료를 참고한다. 고대의 이상적 신체와 주름이 진 옷을 그린 <금빛 피부(Golden Skin)>(2023)부터 <붉은 옷을 입은 진주 귀걸이를 한 여인(Lady with Pearl in Red)>(2023)의 독일 표현주의, <고백(Confession)>(2023)의 일본 만화, <장미(Rose)>(2023)에서의 여권 정면 사진의 미학까지 다양하다. 각 작품에서 물결치는  머리카락, 소용돌이치는 나뭇잎, 돛처럼 휘날리는 의복은 추가적 특성, 즉 바람의 존재를 나타낸다.

 

바람은 모티프이기도 아니기도 한 양가적 요소로, 이 표현과 이것이 제기한 도전은 미술사 전반에 걸쳐 예술가들을 사로잡았다. 무형에 보이지도 않는 바람은 오직 효과와 그것이 남긴 흔적을 통해서만 알아차릴 수 있다. <플루트 연주자(Flute Player)>(2023), <흡연 시간(Cigarette Break)>(2023), <기도(Prayer)>(2023)에서 바람은 변신수 역할을 하며 악기, 담배 연기, 내리는 비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봄바람처럼 즐겁고 희망적인 바람은 때론 파괴적이고, 나쁜 소식을 전할 수 있고, 질병을 옮길 수 있고, 전설에 따르면 광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 <폭풍의 징후(Signs of the Storm)>(2023)의 순수함에서 <폭풍(The Tempest)>의 혼돈으로 전환하는 다양한 분위기를 통해, 제레미는 풍부한 내러티브 요소의 함축적 의미를 탐구한다.

 

제레미는 반복, 특히 스스로를 답습하는 것에 저항하는 대신 변주의 예술을 발전시킨다. 그렇게 해서 그는 끊임없는 쇄신을 통해 자신만의 미적 감각을 개발하는, 흥미진진하면서도 어려운 도전을 받아들이고 이를 탁월하게 수행한다. 바람과 같은 주제든 인물화와 같은 형식이든, 동일한 회화 대상에 대한 그의 입체적인 접근 방식은 독특한 미감과 세계관을 모두 표현할 수 있게 한다. 강렬하고 비정형적인 색상, 관능적인 곡선, 장식과 감정의 풍부함, 기이하고 환상적인 것에 대한 탐닉을 병치하여 매우 일관성 있으면서도 놀라운 작품을 항상 만들어 낸다. 제레미는 퀴어 시각으로 미술사와 미술사의 규범을 다루며 이분법적 분류를 넘어 인간의 신체와 존재를 재구성한다.

 

제레미는 격동의 시대를 염두에 두고 폭풍의 한가운데서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질문하고 새로운 가능성과 내러티브를 상상하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받아들인다. 이번 전시에서 폭풍의 눈은 단순한 도피를 상징하지 않는다. 우리 시대의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대안을 꿈꾸고 상상하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오아시스와도 같이 희망이 살아남을 수 있는 휴식의 공간도 필요하다. 《폭풍의 눈》은 중력에 사로잡힌 와중에도 희망적인 낭만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제레미는 특유의 재치로 한 작품에서 다른 작품으로 연결되는 세부 사항들을 엮는다. 순환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이 작품들은 더 나은 시기를 상상하도록 안내한다. 전시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작품 속에는 불안정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부분적으로 가려진 비문의 형태로, 관람자가 해독할 수 있는 암호화된 열쇠로 숨겨져 있다. 

 

“바람이 인다!...살려고 애써야 한다!”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이 전시는 페레스프로젝트와 두 번째로 함께하는 제레미의 개인전이자 서울에서의 첫 전시이다. 제레미는 제네바예술대학교(HEAD)를 2021년에 졸업했다. 같은 해 스위스 프리부르의 월스트릿(Wallstreet)에서 그는 데뷔전 ≪Art is Lifer≫을 가졌다. 2023년 제레미는 페레스프로젝트 베를린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 외에도, 스위스 이베르동레뱅 현대미술관(Centre d’Art Contemporain d’Yverdon-les-Bains, 2023)의 ≪Peintres≫,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의 ≪The New, New≫(2023), 니콜라스 브루하트(Nicolas Brulhart)와 사샤 라포(Sacha Rappo)가 기획한 스위스 프리아트 프리부르 미술관(Kunsthalle Friart Fribourg, 2022)의 ≪La main-pleur≫, 모하메드 알무시블리(Mohamed Almusibli)가 기획한 페레스프로젝트 밀라노의 ≪September Issues≫(2023), 제네바 체리쉬(Cherish, 2022)의 ≪CHEMICAL X≫, 바젤 볼라그 아틀리에(Bollag Atelier, 2022)의 ≪A moment of being≫와 제네바 현대미술관(Centre d’Art Contemporain Genève, 2021)의 ≪LEMANIANA – Reflections on other scenes≫을 포함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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