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versations Between Two Cece Philips

Press release

페레스프로젝트는 씨씨 필립스(1996년, 영국 런던)의 개인전 ≪둘만의 대화들 Conversations Between Two≫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갤러리와 함께하는 세 번째 개인전이자 밀라노에서의 첫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씨씨 필립스의 신작을 작가 루시 맥길곰(Lucy Mcllgorm)이 쓴 희곡과 함께 선보인다.

 

씨씨 필립스의 감성적인 회화에서 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짙은 푸른 색조로 공간과 상황에 스며들며 느껴지고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 밤을 배경으로, 여성들은 대화하고, 모이고, 사색하고, 배회하며, 황혼과 새벽 사이의 푸른 시간대에 나타나는 인생의 관찰자이자 행위자이다. ≪둘만의 대화들≫에서 필립스의 인물들은 익명의 대도시 거리를 떠나, 극장의 벨벳 좌석에 앉아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깊은 동경에 빠져 있다. 필립스는 “하룻밤 동안 허용된 엿보는 자들”이라고 묘사한다. 그녀의 작업에는 관객성과 내러티브에 대한 아이디어가 주를 이루며, 욕망, 관음증, 스토리텔링이 공존하는 공간인 극장이라는 장치를 통해 이를 탐구한다.

 

“여성주의적 첫 번째 태도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좋아, 저들이 나를 보고 있네. 하지만 나도 저들을 바라보고 있어.’ 바라보기로 결심하는 행위, 세상은 사람들이 나를 보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그들을 보는 방식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라고 결정하는 행위이다.”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아녜스 바르다(Agnès Varda)의 이 말은 관찰하는 자와 관찰당하는 자의 관계, 즉 권력과 성별의 역학관계를 탐구하는 씨씨 필립스의 예술적 성찰의 중심에 있는 상호작용에 대해 말한다. 그녀의 작품에서 관찰의 대상이었던 존재는 이제 관찰하고, 평범한 일상의 수행자가 되어 어느새 관객석에 앉아 스펙터클(spectacle)의 증인이 된다.

 

씨씨 필립스는 회화의 표면 온도가 올라가듯, 파란색을 따뜻한 붉은 색조로 바꿔 극장의 뜨거운 열기를 표현한다. “빨강, 빨강, 빨강, 도처에 빨강”은 루시 맥길곰이 처음 극장을 방문했을 때를 회상하며 쓴 작품 중 하나를 묘사한다. 필립스의 작품에서 빨간색은 인물들을 둘러싸고 있으며, 불분명한 수다 소리, 박수 소리, 어쩌면 음악을 암시하고, 밤의 푸르른 고요함 속에 미묘하지만 만져질 듯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필립스의 작품에서는 첫 번째 막이 시작되기 전의 기대감 속에서만 들리는 어떤 침묵이 여전히 감지되는데, 이는 대화의 일시적 중단이나 첫 만남의 미묘한 긴장감에 머물다가 목소리에 의해 깨지기 전, <곧 친구가 될 낯선 사람들의 조용한 경외감 The Silent Awe of Strangers (soon to be friends)>이란 제목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명과 동일한 <둘만의 대화들>은 작가의 친구들이 장난스럽고 은밀한 속삭임을 주고받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경외감과 기쁨을 공유하는 순간에 형성된 친밀감을 포착한다. 하지만 전시명에는 두 인물이 대화를 주고받는 것 이상의 관계를 드러내는 이중성과 뉘앙스가 담겨 있다. 회화와 연극, 글과 회화에 나타난 캐릭터들, 그리고 내면과 외면 사이의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 대화하는 두 사람은 공연자와 관객, 극장에 앉아 있는 관객과 작품을 관찰하는 관객이기도 하며, 상호작용하는 미장아빔(mise en abyme)을 형성한다. <꼭두각시 Marionettes>라는 제목의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은 등장인물들의 세심한 시선에 의해 무너진 제4의 벽 뒤에 서서 문득 작품 속 관객을 관람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극의 증인이 되면, 내면의 사고가 외부 공간에 반영되어 사적인 자아와 공적인 자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허구와 현실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둘만의 대화들≫에서 회화와 연극은 모두 삶의 복잡성에 대한 뉘앙스를 드러내며 우리가 세상 무대에서 펼치는 일상적인 공연을 조명한다.

 

씨씨 필립스는 2021년 데뷔해, 취리히 포스트 갤러리(Post Gallery, 2024, 2022, 2021), 페레스프로젝트 서울(2023), 베를린(2022), 가나 아크라 ADA 현대미술 갤러리(ADA Contemporary Art Gallery, 2022), 런던 홈(Home, 2021)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암스테르담 그림(GRIMM, 2023), 미국 뉴욕 하퍼스(Harper’s, 2023), 런던 콥 갤러리(Cob Gallery, 2023), 런던 오지리 갤러리(Ojiri Gallery, 2022)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녀는 현재 이탈리아 브레시아의 팔라초 몬티(Palazzo Monti)의 이인전에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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