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Group Show
“내 마음속 정원을 결코 가질 수 없겠지만, 그것이 내게는 기쁨이다. 어떤 것은 결코 실현될 수 없기에 더욱 시도한다.”
– 저메이카 킨케이드(Jamaica Kincaid), 『나의 정원』
페레스프로젝트는 계절의 시작에 주목하고 생명력과 낙관을 주제로 구성한 전시 《봄(SPRING)》을 개최한다. 이번 서울 전시는 지속해 영감을 주는 7명의 작가와 함께한다. 리처드 케네디(Richard Kennedy), 레베카 애크로이드(Rebecca Ackroyd), 라파 실바레스(Rafa Silvares), 나카무라 쇼타(Shota Nakamura), 조지 루이(George Rouy), 도나 후앙카(Donna Huanca), 파올로 살바도르(Paolo Salvador)는 단순하고 근본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생명력, 기쁨, 자연에서 영감받고 연결되는 개념을 풀어냈다. 전시작들은 관람객의 상상 속에서 봄이 재생, 성장, 움직임, 그리고 변화의 상징으로 나타나는지를 탐구한다.
새로운 갤러리 공간의 유리창 너머로 길가에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다. 섬세한 꽃잎과 부드러운 분홍색이 레베카 애크로이드(1987년, 영국)의 <시간 조각(Time piece)>(2020)을 연상시킨다. 그녀의 뒤틀린 시계는 대안적 시간 경험을 암시한다. 꽃의 색과 주름은 여성성과 덧없음을 부드럽게 표현하고, 꽃의 중심에서 다양한 크기와 각도로 부유하는 숫자들은 다차원과 페미니즘적 시간성을 의미한다.
도나 후앙카(1980년, 미국)의 작품 또한 시간의 흐름을 다룬다. 이번 신작에서 활기차고 따뜻한 색상은 자연계를 다루는 그녀의 작품 속 주제를 기반으로 한다. 이 작품은 불, 물, 흙, 바람이라는 자연의 4대 원소를 탐구하는 연작의 일부로 ‘불'이 핵심이다. 불은 맹렬한 기세로 주변을 황폐화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싹이 자랄 수 있는 비옥한 땅을 제공한다. 이러한 요소는 재생과 소멸이라는 대지의 순환, 즉 시간을 유지하는 자연계 일부이다.
소생은 우리 안에 이미 있는 어떤 것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지 루이(1994년, 영국)의 <반만 서기(Standing in Half)>(2022)에서 일그러지고 흐릿한 인물을 등장시켜, 신체의 움직임이 돋보이는 붓놀림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도록 돕는다. 그의 움직임은 작품에 힘을 싣는다. 그의 과도기에 있는 자아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과 시선을 묘사한다.
파올로 살바도르(1990년, 페루)의 신작 <키메라(Quimera)>(2022)의 제목은 변화를 상징하는 존재이자 사자의 머리와 염소의 몸, 용의 꼬리를 가진, 이 신화 속 생명체인 키메라를 참조한다. 작품명은 환상과 징조와 같이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적극적인 변화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작품들은 두려움부터 욕망, 호기심, 환희까지, 인간 경험의 다양한 모습을 모아 출현과 변화의 각기 다른 정서적 특징을 포함한다.
라파 실바레스(1984년, 브라질)의 <놀이시간(Playtime)>(2022)에서 색의 소용돌이가 선을 침범하고, 표면에 튀어 오르는 빛, 곡선 형태가 서로 완충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바레스는 다양한 양식과 기법들을 병치하고, 부드럽거나 차가워 보이는 질감으로 공감각을 유도하며, 관람자의 다채로운 감각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등 회화의 유희적 특성을 탐구한다. 그의 작품은 그가 사용하는 매체와 캔버스 표면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경쾌함과 기쁨을 선사한다.
리처드 케네디(1985년, 미국) 또한 실바레스와 같이 캔버스의 경계를 탐구하며 미술계에 개입한다. 작가는 아크릴 물감을 손으로 문지르는 퍼포먼스를 물질화한 다음, 캔버스를 길게 자르고 그 조각을 다시 엮어 동일한 에너지를 포착하는 방식으로 고급과 저급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역사적으로 남성적인 매체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선보인다. <신시내티에서 온 아키씨(Miss Yaki from Cincinnati)>(2022)에서는 케네디 특유의 생생한 색채와 울퉁불퉁한 질감을 해체하고 분리했다가 재조립하는 방식을 통해 리믹스(remixing) 뿐만 아니라, 민속 및 공예 분야의 지식을 도입하고 흑인의 머리를 땋고 엮는 방법을 참조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두 작가 모두 매체와 회화사에 대한 신선한 관점으로 작업에 개입하며 재개한다.
나카무라 쇼타(1987년, 일본)의 자화상은 그가 자연계의 고요한 영광을 드러낸다. <겨울 해변(Winter beach)>(2022)에서 하늘과 구름은 두꺼운 얼룩들로 표현되어 대지를 비옥하게 하는 거센 소나기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롭다. 그는 자연과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인간을 주제로 삼으며, 내부와 외부 세계, 자아와 타자의 모두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고요함은 봄날의 저녁을 연상시키며, 새로운 꽃의 향기, 나무 위의 새들, 발밑의 축축한 땅과 같이 작품에서 계절이 우리 주변에 다가온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다양한 색채, 유기적이고 부드러운 형태가 가득한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국제적 배경을 가진 작가들의 회화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미학적 작품들은 성찰과 기쁨을 위한 장소로, 한데 모여 경험과 생명력을 공유하기 위해 모였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정원사가 되어 씨앗을 뿌리고 땅을 가꾸는 일입니다”라고 나카무라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