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ph Rebecca Ackroyd

페레스프로젝트는 레베카 애크로이드(1987년, 영국 첼튼엄)의 두 번째 개인전 《시속 100마일(100mph)》을 개최한다.

애크로이드의 설치 작업은 갤러리 공간의 벽이 더 가깝게, 비계가 창문을 가리듯 설치되어 시야를 방해하고, 그녀의 회화 작품들은 흐린 반투명한 먼지용 시트 위에 임시적인 구조물로 매달려 있다. 이러한 구조물은 끊임없는 성장과 변화의 상징인 도시 풍경에서 무상함이라는 모순적 제안을 암시한다. 《시속 100마일》에서 우리는 해체와 새로운 구성을 동시에 연출하는 건설 현장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레베카 애크로이드는 개인적이면서도 집단적인 기억의 이중적 경험과 이 충돌을 어떻게 우리 삶에서 조율하는지에 관심을 둔다. 이번 전시작들은 꿈에 대한 탐구와 경험을 처리하고 소화하는 도구인 구획화 전략을 통해 개인적 심리를 다룬다. 페레스프로젝트에서의 두 번째 전시에서 애크로이드는 반투명 플라스틱 칸막이로 공간에 건축적 개입을 시도하며, 작품과 관람객을 분리시키는 공간을 만들었다. 우리는 이 설치 작품을 거닐며, 각 작품과 단독으로 마주하게 되고, 드로잉을 개인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는다. 고립은 자극을 줄이고, 분주한 거리는 잠시 흐려져, 더 친밀한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

머리카락은 이야기를 담는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머리카락은 시간의 물리적 구현으로 개인의 역사를 기록한다. 이와 동시에 머리를 어떻게 손질하고, 보여주고, 가리는지, 곱슬인지 직모인지에 따라 머리카락은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애크로이드의 종이 작업은 종종 머리카락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머리카락은 구성을 휩쓸며 사물, 문자, 다른 기표들을 위장하거나 감싸면서 독자적인 주체성을 지닌다. 이러한 단서들은 도시 공간에서 여성성에 관한 현대적 경험을 중심으로 한 내러티브로 우리를 안내한다. 드로잉은 파편적이고, 전체는 모호하며, 신체는 크기와 반복을 통해 추상화되어 신체적이면서도 사변적이게 된다. 애크로이드의 조각 작품 역시 종종 파편화되어,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잔해를 연상시킨다. 두 작업 모두 역사와 사물을 연결하는 필라멘트 역할을 하며, 과거의 버려지고 잊혀진 애착물로 갤러리 공간을 채운다. 노출된 무릎, 찢어진 스타킹, 발톱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이 전시작들은 꿈의 불안정한 초현실적 시각 언어를 차용해, 상상 속 실제와 상징을 넘나드는 감각적 현실을 만들어낸다. 관람객은 애크로이드의 꿈에 발을 들이며, 이를 자신의 꿈에 적용하도록 초대받는다. 이를 통해, 작품은 섹슈얼리티, 욕망, 무의식에 관한 현대 여성적 관점을 한데 모은다.

《시속 100마일》은 섹슈얼리티, 진보의 서사, 우리의 건축 환경, 잠재의식이란 주제를 섬세하게 반영한다. 확장된 시간과 정지된 시간의 상반된 속도, 즉, 정신적으로는 달리지만,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얽히고설킨 사회적 논평과 개인적 성찰이 혼재되어, 갱신 과정에서 수리와 파괴가 뒤섞이는 여정을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레베카 애크로이드(1987년생, 영국)는 베를린과 런던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런던 왕립미술아카데미(Royal Academy of Arts)에서 디플로마를, 런던 바이암 쇼 미술학교(Byam Shaw School of Art)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애크로이드의 꿈같은 허구적 풍경은 종종 젠더와 금기가 사라진 종말론적 환상을 연상시키며, 야생과 가정 공간, 폐허와 축소, 욕망과 혐오를 탐구한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베를린 페레스프로젝트(2021), 런던 자블로도비츠 컬렉션(Zabludowicz Collection)이 있다. 그녀의 작품은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의 큐레이터 팀이 주최한 제15회 리옹 비엔날레(Lyon Biennale), 밀라노 폰다지오네 포모도로(Fondazione Pomodoro)에도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