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s Manuel Solano
페레스프로젝트는 마뉴엘 솔라노(1987년, 멕시코)의 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 ≪초상(Portraits)≫을 개최한다.
이 멕시코 출신 작가는 정체성의 이중성과 모호함의 공간을 찾는다. 주로 초상화를 그리는 작가의 작품은 문화와 자아의 혼란스러움과 근접성을 탐구하기 위해, 어린 시절의 대중문화 속 캐릭터 또는 형상을 가져와 묘사함으로써 자신을 개입시키고 해석했다.
이 전시에서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과 주체성 문제를 계속해서 다루는 신작 연작을 제작했다. 솔라노는 이 작업을 발전시키고자 새로운 재료인 오일 파스텔을 사용하여, 자신의 손가락을 캔버스의 배경이 되는 아크릴 물감 위로 문지르는 식으로 작업했다. 솔라노는 또한 이 전시와 함께 영상으로 된 자화상 신작 세 점을 제작했다.
≪초상≫의 인물들은 통일된 주제 아래 묶이지 않거나, 작가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는 점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본 전시를 위해 창작된 작품들은 조건적이고 관계적인 정체성의 본질, 즉 한 개인은 그의 삶에 얽힌 많은 사람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이 연작에서 나와 가깝지만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몇몇 이들의 초상을 그렸다. 예를 들자면 데미안이 그렇다. 나는 내가 시력을 잃고 몇 달 뒤 열었던 첫 번째 전시의 오프닝에서 데미안을 만났다.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나는 그의 외모 중 그저 어렴풋하게 기본적인 부분만을 알았다. 그는 붉은 머리였고, 근육질이었다. 나는 그 당시 그의 외모에 대해 별로 궁금해하거나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후 그가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 잠시 떨어져 지냈지만, 나중에 그는 짧은 휴일을 보내기 위해 멕시코시티로 돌아왔다.
그와 다시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그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서로 함께 있는 것을 즐거워하는지를 깨달았다. 나는 또 다른 것들도 깨닫기 시작했다. 함께 걸을 때 난 그의 팔을 잡고 있었는데, 우리가 말하는 동안 가까이에서 그의 숨결을 느끼고 맡을 수 있었다. 대화하는 동안 그는 나를 보고 있었고, 그의 몸은 날 향해 있었다. 나는 그것이 어떠한 면에서는 친밀함을 나타내고 암시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곧, 나는 어떤 것을 깨달았는데, 바로 그가 웃고 있을 때 그의 목소리를 통해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때가 내가 실명 이후 사람들의 목소리만으로 그들이 웃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때인 것 같다. 나는 그의 웃음을 듣기 시작했고, 그의 얼굴 위로 자주 떠오르는 그의 미소를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뒤이은 삼 일 동안 그와 점점 사랑에 빠졌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데미안을 생각하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가 친절하게 활짝 미소 짓는 모습이다. 나는 실제로 보지 않고도 누군가의 미소를 알 수 있다는 그 사실이 매우 아름답다고 느꼈다.
내가 데미안의 초상 사진을 보여주면 누군가는 데미안이 사랑받는 이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이로써 나는 적어도 프리다 칼로(Frida Kahlo)보다 더 나은 작가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녀가 그린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의 초상에서는 그가 특별히 사랑받은 남성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데미안의 초상을 그리는 데 있어 그의 목소리만을 참고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그의 얼굴에 난 털 또는 코의 모양도 잘 알고 있다. 아니면 그의 앞니 사이의 간격이라든가. 하지만 나는 내가 그에게 입 맞추기 한참 전부터 그의 미소를 알았고, 그에 대한 심상(心像) 또한 갖고 있었다.
– 글: 마뉴엘 솔라노, 2019년
마뉴엘 솔라노는 멕시코시티의 국립 회화, 조각, 판화 학교(National School of Painting, Sculpture and Printmaking)를 졸업했다. 2013년 솔라노는 2014년에 HIV 관련 감염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이후, 솔라노는 회화, 비디오, 설치를 포함하여 작품 활동을 이어 가기 위한 자신만의 독특한 창작법을 발전시켰다. 작가의 작업 전반에서, 솔라노는 기억과 정체성 간 관계를 탐구하고, 자전적 요소와 대중문화 이미지 사이 균형을 유지한다. 2019년, 솔라노는 파리의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2019)에서 단체전에 참여했다. 최근 마이애미 현대미술관(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ICA Miami), 2018), 멕시코시티 까리요 힐 미술관(the Museo de Arte Carrillo Gil, Mexico City, 2018)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8년 솔라노는 또한 뉴욕 뉴뮤지엄 트리엔날레(The New Museum Triennial)와 페레스프로젝트에서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