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Pool Mak2
페레스프로젝트는 Mak2(1989년생 홍콩)가 갤러리와 함께하는 첫 번째 개인전 ≪Love Pool≫을 베를린 공간에서 개최한다.
네온 불빛으로 빛나는 수영장이 Mak2의 개인전 ≪Love Pool≫의 배경이 된다. 전시된 작품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 폭의 회화들(트립틱)은 픽셀로 표현된 연인들이 수영장 가장자리에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광경을 보여준다. 어떤 이들은 그 상황에 환멸을 느낀 듯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다. 이 광경들은 현대 가정의 모습과 낭만적인 사랑을 반영하고 있으며, 우스꽝스러운 유머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작품 속 방과 인물의 형상들은 상호 교환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며, 데이팅 앱의 복잡한 디지털 지형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장소들은 친밀감을 쌓아갈 수 있는 곳이라고 여겨지지만, 사용자들은 종종 정서적으로 부족함을 느낀다. 천창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홍콩의 하늘은 사람들로 붐비는 혼잡한 도시에서 예술적 표현을 위한 보금자리를 찾고자 하는 작품의 근본적인 의도를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2019년 Mak2가 커다란 규모의 전시회를 제안 받았을 때 그녀는 부모님의 집 작은 방에서 생활하며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었으며, 방의 창문으로는 홍콩 시위로 인한 최루탄 가스가 흘러 들어왔다. 밖으로 나가지 못해 밀실 공포증을 느끼게 만드는 환경에서, 그녀는 ‘심즈’라는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속 풍부한 공간을 활용하자는 해결 방법을 생각해냈다. 2000년대 초에 출시된 심즈 게임은 점점 더 충족되기 힘들어질 인간의 기본 욕구를 선점했다. 이후 수십년간 전 세계적으로 주택대란이 지속되면서, 이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상당한 경력의 전망과 더불어 캐릭터들(심즈들)에게 집 소유권까지 제공하는 대체 현실을 만들어냈다. 이와 같은 공간에 대한 열망은 Mak2의 광범위한 연작 <Home Sweet Home>과 그 하위 연작인 <Love Pool>로 이어졌다.
이 프로젝트에서 Mak2는 이커머스(e-Commerce, 전자상거래) 세계에 침투하여, 색다른 생산과 공급, 처리 과정을 통해 가상의 공간을 실제 공간으로 스며들게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녀는 심즈 속 디지털로 제작된 홍콩에서 다양한 광경들을 연출하고 특정 순간을 캡쳐한 후, 그 장면을 세 부분으로 나눈다. 그 장면들은 전자상거래 공간에서 활동하는 각각 다른 화가들에게 보내지고, 그들에 의해 새롭게 그려지고 채색된다. 이렇게 완성된 부분들을 갤러리에서 다시 합치게 되면, 당연하게도 그 부분들은 결코 서로 완벽히 일치할 수 없다. 이들의 어긋남은 작품의 제작 과정이 분열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결과적으로 전시된 세 폭의 회화들은 현대 생활을 모방하고자 시도했으나 그 대신 심즈로 만들어낸 왜곡된 현실을 모방하게 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게다가, ≪Love Pool≫에는 전시된 세 폭 회화들과 똑같은 내용으로, 더 작은 크기의 드로잉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목에 “RAW(날 것의)”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 드로잉 작품들은 마치 초기 스케치인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심즈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을 때 가장 완성도가 높은 순간의 이미지이다.
이처럼 오해의 소지가 많은 방식으로 특정 장면을 재현하는 과정은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생각을 표현한다. 그는 본래의 모습으로부터 너무 동떨어진 채로 재현된 현대 사회는 더이상 그 어떤 현실적인 것도 묘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Mak2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부조리한 현실과 더불어 이미지들이 생산 과정을 거치며 얼마나 쉽게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 ≪Love Pool≫ 속 작품들은 홍콩의 인테리어들을 콜라주한 듯 보인다. 하지만 그 방에 배치된 물건들과 인물들은 그 기능보다는 미적이고 희화적인 가치를 되풀이해 나타내며, 작품들은 무용하고도 극사실적인 방의 몽타주가 된다. ≪Love Pool≫의 수많은 수영장과 아치들은 Mak2가 캔버스 프레임 안의 또다른 프레임에 캐릭터들을 배치하고 화면 속 인테리어를 분할함으로써 스크린을 통해 소비되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암시하고자 했다. 관람객들은 화면 속 아치형 출입문을 통해 인물들이 서로 교감을 이루는 장면의 끄트머리만 볼 수 있다. 흐릿하게 표현된 연인들의 모습과, 의자 팔걸이 위에 늘어진 누군가의 다리가 보인다. 이렇게 부분부분 감춰진 연인들의 만남은 만약 그 정지된 장면이 움직인다면 그들의 모습을 속속들이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든다. 현대 사회의 모습 그대로, 작품 속에서 친밀감은 모호하고 픽셀화된 채로 표현되거나, 거리감을 유지하여 온라인 상의 친밀한 관계에서조차 타인으로부터 숨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관람객들은 작품 속의 방들을 마주하며, 심즈 캐릭터들의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더 많은 부분에 호기심을 갖는 감시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설치 작품인 <SFW>는 “Safe For Work”의 줄임말로, 온라인 감시와 사생활 문제를 다룬다. 관람객들은 픽셀화된 심즈 속 신체를 시각적으로 반영하는 루빅스 큐브가 가득 담긴 수영장에서 자신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Mak2는 우리의 모든 움직임들이 불가피하게 표시되고, 수집되고, 판매되는 디지털 영역 속 발생하는 은폐의 부조리함을 조롱한다. 만약 우리가 데이팅 앱을 사용하면서 수집된 데이터가 자신이 엄선한 프로필보다 더 솔직한 모습을 모은다고 한다면, 이 때 수집된 우리의 온라인 이미지들이 우리를 가리키지 않는다면 대체 무엇을 가리키는가?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1981)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이미지의 가면을 벗기는 것은 위험하다, 왜나하면 이미지들은 그들의 뒤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Mak2는 현대사회의 문화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를 폭로하면서 이미지 뒤에 숨겨진 의미가 아닌 이미지의 기반이 되는 과정, 복잡한 생산의 역사,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 중심적인 공간에서 우리가 친밀감을 갈구하는 과정 중 발생하는 모순과 같은 진실을 찾고자 한다.
이 전시는 Mak2가 페레스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그녀의 개인전으로는 홍콩의 드 사르트 갤러리(de Sarthe Gallery)에서의 ≪House of Fortune≫과 ≪Home Sweet Home≫, 그리고 베이징에 있는 드 사르트 갤러리에서의 ≪The Anything Machine≫, 홍콩 컨템포러리 아트 파운데이션(Hong Kong Contemporary Art Foundation)에서의 ≪Art-It≫ 등이 있다. 그녀의 작품은 홍콩의 하트 하우스(HART Haus)에서 켈리 찬(Kelly Chan)이 기획한 그룹전을 비롯하여 상하이의 K11 아트 몰(Shanghai Art Mall)과 베이징의 인사이드아웃 미술관(Beijing Inside-Out Art Museum)과 X 미술관(X Museum), 런던의 화이트채플 갤러리, 홍콩의 K11 아트 파운데이션이 MoMA PS1과 함께 기획한 그룹전 등 수많은 그룹전에서 선보여졌다. 그녀의 작품은 일본 이치카와의 미야츠 다이스케 컬렉션(Daisuke Miyatsu Collection)과 베이징의 X 미술관의 영구 컬렉션에 포함되었다. 현재 대만 타이페이의 타오 아트 스페이스(Tao Art Space)에서 그녀의 개인전 ≪Palace of Love≫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