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t/Entry Leo Gabin
우리는 칼즈배드 가(Carlsbad Blvd)를 걷기 시작한다. 빨간 셔츠를 입은 자전거 운전자가 길을 건너고 있다. 스타벅스 주차장에는 빨간 SUV가 공회전 중이다. 빨간 반바지를 입은 소녀가 우리 앞으로 걸어오기 시작한다. 스타벅스 앞에 서 있는데 우리 집 개가 덤불 냄새를 맡고, 빨간색 소형차가 주차장에 들어오고, 빨간 셔츠를 입은 남자가 우리 쪽으로 걸어온다.
뉴욕주 뉴버그에 사는 ‘보니’라는 여자는 중증의 지적 장애가 있는 남동생, 시각 장애견과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옆집에 소방관이 이사 오게 되고, 보니는 소방관이 그녀의 집에 낙엽을 버리는 문제로 다툼을 벌이게 된다.
이 갈등으로 인해, 결국 그녀는 이웃들에게 집단 스토킹을 당하게 되어 캘리포니아주 오션사이드(Oceanside)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집단 스토킹은 멈추지 않았다. 빨간색이 점차 그녀의 주목 대상이 된다.
페레스프로젝트는 레오 가빈(Leo Gabin)의 세 번째 개인전 ≪출구/입구(Exit/Entry)≫를 개최한다. 알루미늄을 이용한 신작과 새로운 영화는 가빈이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미국적 삶의 상징적 아이콘과 차용의 미학을 진화시킨 결과물이다.
이번 전시는 주인공 보니가 스스로 올린 영상으로만 구성된 새로운 영화를 중심으로 한 총체적 설치 작품이다. 레오 가빈은 3,000편 이상의 영상 중에서 신중한 선별 작업을 통해 보니의 평범한 하루를 재구성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녀의 하루를 따라가며, 보니의 시선을 통해 일상에서 보고 경험하는 것들을 보여준다. 보니는 주변의 모든 활동을 꼼꼼히 포착하면서도, 평범하고 무작위로 보이는 사건에 새로운 연관성을 부여한다. 영화는 현실과 환상 사이를 넘나들며, 세상의 질서에 대한 심리적 투영을 보여준다. ≪출구/입구≫는 철저히 관찰된 전시로, 기이할 정도로 예리하다. 강박의 수준은 매혹적이면서도 불안하지만, 현대 생활에서 만연한 또 다른 고립의 방식이기도 하다.
보이스오버(voice-over)로 사용된 음성은 보니가 직접 녹음해서 레오 가빈에게 보내, 영화에 사용되도록 했다. 현재까지 그들은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다.
레오 가빈은 2000년부터 협업해 온 벨기에 출신의 작가 3인조이다. 모두 벨기에 겐트 출신으로, 여전히 그곳에서 작업하고 있다. 겐트 왕립미술학교(Royal Academy of Fine Arts, Ghent)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한 이들은 벨기에 되를러의 돈트-데넨스 미술관(Museum Dhondt-Dhaenens), 뮌헨 쿤스트라움(Kunstraum Muenchen), 뉴욕 엘리자베스 디 갤러리(Elizabeth Dee Gallery),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뉴홀랜드(New Holland), 런던의 화이트 큐브(White Cube)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한, 코펜하겐 CPH:DOX 영화제(CPH:DOX Film Festival), 로테르담 국제영화제(IFFR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베이징 M 우즈미술관(M Woods), 프랑크푸르트 쉬른 쿤스트할레(Schirn Kunsthalle) 등 다수의 영화제와 단체전에도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