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ypnosis Dylan Solomon Kraus
페레스프로젝트는 딜런 솔로몬 크라우스(1987년생 미국 오하이오주)가 갤러리와 함께하는 세 번째 개인전이자 베를린 공간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 ≪탈최면(ExHypnosis)≫를 개최한다.
최면이 반사적이고 무의식적인 방식으로 사람들과 세상의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라면, ‘탈최면’은 최면에서 깨어난 각성 상태에서 개인의 주체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딜런 솔로몬 크라우스의 회화에 등장하는 유물, 동물, 천체 현상은 마치 커튼을 걷어내듯이 관람자의 시선에 들어온다. 단지 하나의 상징에 불과했던 것이 이제는 살아있는 언어가 되어, 황도 십이궁의 풍부한 동물들로 변한다.
크라우스의 회화는 다르게 보는 방식을 제시하며, 이는 곧 환경과 관계 맺는 다른 방식을 암시한다. 그의 화면은 언뜻 보기에는 다른 세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을 들여서 보다 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고 있는 세상을 어떻게 참조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헤르쿨라네움(Herculaneum)과 폼페이 같은 고대 로마의 유적을 암시하는 배, 태양, 달, 말 모두 신화의 꿈결에서 벗어나, 우리 것을 모방하는 이 세상의 차원을 추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거미줄처럼 얽힌 습관적 인식의 그늘을 걷어내면, 모든 곳에서 일종의 신호(semaphore)가 발산되어 우리가 항상 속해 있었지만, 이전에서는 번역할 수 없었던 숨겨진 내러티브가 드러난다.
크라우스의 몽환적인 풍경은 외광파(en plein air)의 시각보다는, 붐비는 버스에서 갑자기 번쩍이는 섬광처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낯선 시간의 분열을 다룬다. 그 예시로, 하루 중 각기 다른 시간의 방사형 경로를 짜는 것은 크라우스 작품의 중요한 특징이다. 태양과 달 같이 반복되는 모티프로 시간은 어떤 단일한 의미와 구분된다. 조금 전에 가능했던 일이 잠시 후에는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무형의 직감이 타로 카드처럼 펼쳐지며, 가능한 세계의 불연속적 순서를 뛰어넘어 별개의 현실을 나타낸다.
색에 대한 크라우스의 시선은 ≪탈최면≫ 전반에서 시공간적 관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비선형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의 강조된 색채는 고대에 빛이 했던 것처럼 가시(可視)를 발견으로 이끈다. 색은 초자연적인 측면이 있지만, 철저히 현실에 기반을 둔 풍경을 직접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하늘은 일반적으로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만 볼 수 있는 색조로 가득 차 있다. 마찬가지로, 기수와 그의 말이 도시를 뒤로하고 떠나가는 모습은 사람들이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이들의 거리를 통해 시간을 감정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을 모호하게 전달한다.
크라우스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모티프는 새, 나비, 달의 삼위일체로, 이는 공간만큼 시간을 내포하며, 무한한 거리감과 우리의 상상력을 통해 서로 다른 대상을 하나의 불가능한 구성으로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암시한다. 크라우스가 가리키는 대상, 인물, 장소의 집합이 아무리 보편적이라 해도, 그가 이를 통해 구축한 어휘는 일상적 인식에서 차용한 미묘한 의미의 뉘앙스가 있다. 새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 이 개념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크라우스는 모호하게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제비를 본 경험과 같은 것에서 근본적 정체성을 보았다. 그의 회화 속 형상이 우리의 일상적 환경 속에서 변하지 않는 확실한 것들과 어떻게 섞여 녹아드는지에 대해 주목하면, 익숙한 현실은 반복되는 계절로 엮인 신비로운 태피스트리처럼 숨겨진 우화를 암시하는 듯하다.
크라우스는 애니미즘적이고(animistic) 지속적인 형상을 실마리로 삼아, 실재를 재귀적 방식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역사를 초월하는 시간과 내재적으로 연결된 세계를 펼쳐낸다. 색채를 통해 예지적 상상력만이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의 직관이 풍경이 되는 통찰적 관점을 구현하고, 어둡게 드러나는 영역의 윤곽과 지형은 광활하면서도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지도록 표현된다. 크라우스의 회화는 익숙한 것, 우리가 평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만, 동시에 시간을 물질성과 관성에 반하는 것으로 강렬하게 재구성한다. 즉 음울하고 고정된 것을 불태우는 변화무쌍한 언어로, 감상자를 탈최면 상태로 이끄는 일종의 영지주의적(Gnostic) 소환사 역할을 한다.
글: 제프리 그룬타너(Jeffrey Grunthaner)
이 전시는 딜런 솔로몬 크라우스가 페레스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세 번째 전시이자 베를린에서의 첫 전시이다. 그의 최근 개인전으로는 페레스프로젝트 서울(2022), 런던 알민 레쉬(Almine Rech, 2022), 페레스프로젝트 밀라노(2022), 런던 매머드(Mamoth, 2020), 뉴욕 엔트런스(Entrance, 2017)가 있다. 또한, 뉴욕 유로파(Europa, 2022), 뉴욕 트램스(Tramps, 2020), 뉴욕 잭 헨리 갤러리(Jack Hanley Gallery, 2019) 등 뉴욕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현재 프랑스 니스의 호프만 말러 발렌버그(Hoffmann Maler Wallenberg)의 단체전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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