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orama Harm Gerdes
페레스프로젝트는 함 게르데스(1994년, 독일 다름슈타트)의 서울 첫 개인전 ≪파노라마(Panorama)≫를 개최한다.
회화 연작에서 게르데스는 캔버스 위에 펼쳐진 추상적 상징과 ‘특징’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시각적으로 창의적이고 신비로운 세계를 드러낸다. 정신적, 영적 파노라마처럼 이 작품들은 작가의 내면을 폭넓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게르데스가 탐구하는 모티프는 비재현적이지만, 때로 그 특정 형태는 물질세계에서 발견되는 대상을 암시하며 내면 심리와 물리적 현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이 작품에서 게르데스는 물리적 공간의 논리를 시험하기 위해 열린 공간(opening)을 모티프로 문지방, 아치형 통로, 입구에 대한 그의 관심을 정교하게 표현한다. 작가는 공간 논리를 모방하고 왜곡하는 독특한 시각 언어를 구축하기 위해,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와 20세기 초 형이상학적 회화(pittura metafisica)와 같이 많은 미술사적 선례를 활용한다. 실제로 게르데스는 시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회화의 구조적 접근법을 도입해, 화면에 회화적 환영의 깊이와 차원을 만들어 극도의 평면성에 도전한다. 16세기 시각 예술의 수학적 정교함이나 형이상학적 초현실주의 회화의 비논리적 원근을 참조하면서, 게르데스는 일종의 21세기 가상 풍경을 포착하기 위해 그의 작업을 더욱 발전시킨다. 회화 작품들에서 그는 초현실적이고 복잡한 사이버네틱 시스템의 그물망을 암시하는 다채롭고 추상적인 형태가 서로 층을 이루거나 겹치도록 표현한다.
게르데스는 자신의 회화를 마치 조각처럼 다룬다. 이 연작을 통해 그는 색색의 얇은 금속 스트립으로 고정해 금속 공예품을 장식하는 데 이용되는 고대 에나멜 기법인 ‘클로이조네(cloisonné)’에 대한 관심을 탐구한다. 게르데스의 작업 과정을 살펴보면, 캔버스 표면에 다양한 구성으로 굳어진 재료를 고정한 후, 각 빈틈에 액체 물감을 붓고 때로는 물감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캔버스를 기울인다. 굳어진 재료는 자유롭게 흘러내리는 물감층을 지지하는 데 사용되는 뼈대처럼 뚜렷하게 영역을 구별 짓는다. 게르데스는 다양한 기법과 미술사적 전통, 자신만의 기술을 결합해, 자연스럽고 예측하기 어려운 재료적 특성에 매료되어 있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통제와 즉흥성이 상호작용하며, 계획된 구성과 우연적 실험을 연결하는 ‘클로이조니스트(cloisonnist)’ 스타일의 전형이다.
게르데스의 화면에서 원근의 왜곡과 에어브러시의 균일하고 평평한 특성 사이에 감도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구성적으로, 작가는 회화의 중심축을 기준으로 움직임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의 캔버스는 로르샤흐(Rorschach)와 같은 대칭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게르데스가 그리는 형상은 미묘하게 불규칙하다. 그는 반추상적 형상의 다층적 물감 위로 시선을 유도하여 시각적 균형을 이룬다. 아테네 중심부의 한 거리명과 동일한 곳에서 발견한 장식용 철문에서 영감받은 <칼리스데누스(Kallisthenous)>처럼 발견된 모티프를 토대로 작업하기도 했다. 이 외에 다른 작품들은 전적으로 작가의 내면에서 기인한 것으로, 연상과 환영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번 전시작들은 특별한 풍경처럼, 작가의 내면, 환상, 그리고 형이상학적 세계의 추상적 파노라마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는 페레스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세 번째 개인전이자 서울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함 게르데스는 독일 칼스루에 마이어 리거(Meyer Riegger, 2022),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롤 민속 예술 박물관(Tiroler Landesmuseen, 2021), 뒤셀도르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립 미술관(Kunstsammlung Nordrhein-Westfalen, 2021), 페레스프로젝트 베를린(2021),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Kunstakademie Düsseldorf, 2020), 독일 렘고 아이헨뮐러하우스 시립미술관(Städtische Galerie Eichenmüllerhaus, 2017), 독일 다름슈타트 마틸덴회에(Darmstadt Mathildenhöhe, 2015) 주최의 다름슈타트 트리엔날레, 독일 다름슈타트 쿤스트할레(Kunsthalle Darmstadt, 2015)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2020년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Düsseldorf Kunstakademie)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