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etrates The Body, Nullifies The Senses Eddie Peake

Press release

페레스프로젝트는 에디 피케(1981년, 독일 쾰른)의 개인전 ≪몸에 침투해 감각을 무력화하기(Penetrates The Body, Nullifies The Senses)≫를 개최한다. 

 

바로 그때, 눈가에 그림자가 움직인 듯했다. 아니다, 아니었다. 거울에 비친 빛이 유리를 가로질러 미끄러진 것이었다. 정말 그랬던 걸까. 그러길 바란다. 혹시 당신이 거기 있다면, 이름을 말해줘요.

 

그건 실체가 없는 정적이자, 끊어지지 않은 채 결정을, 최종적인 결정을 위협하는 소리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고, 어쩌면 회복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차라리 침묵 속에 숨는 게 나을지도.

 

무언가가 다시 움직인다. 문틈 아래로 불빛이 스친다. 밖을 지나는 차의 불빛인가, 아니면 누군가 여기 있는 걸까? 

소식을 가져온 사람일까? 조금 더 기다려봐야겠다.

 

침묵 속에서 기다리면 내 몸은 가만히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채로. 천의 작은 바늘땀처럼. 그것 자체로는 무의미하다.

기다리는 동안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게 해주세요.

 

문 반대편에 나를 닮은 낯선 사람이 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그는 내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우리는 만난 적이 없다. 그는 몇 년간 떨어져 있다가 나를 찾으러 돌아왔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잃는 건 너무 쉬워서 단 한 순간이면 충분하다고 그는 말한다.

 

네가 여기 있기 전까지 내가 너를 그리워했다는 걸 몰랐어. 너 여기 있었어? 아니면 단지 비친 모습일 뿐이야?

나는 내 맨몸을 흙바닥에 기대, 땅으로 녹아들어 갈 거야. 그리고 아무도 내가 여기 있었다는 걸 모를 거야...

 

글: 클로버 피케(Clover Pe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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